톱카프 궁전 담벼락을 따라... 귤하네 공원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 2010. 4. 3. 00:55
그땐 몰랐다. 이 문을 지나면 톱카프 궁전을 볼 수 없다는 것을... (Photo by 신민경)
톱카프 궁전에 가기 위해 이정표만 보고 길을 따라 걷다가 다다른 이곳.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던 거대한 공원.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줄지어 서 있는 헐벗은 나무들과 나무만큼이나 긴 그림자, 억지로 옮겨 심은 듯한 화초들은 뭔가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얼마나 대단한 궁이기에 정원이 이리도 넓었던 걸까? 한 시간 넘게 공원을 헤매다 결국 입구로 다시 돌아와 보니 톱카프 궁전으로 통하는 입구는 다른 쪽에 있었다...;
'귤하네 공원(Gülhane Park)'은 장미정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귤(Gül)'은 터키어로 장미를 뜻하고, '한(han)'은 쉬어가는 곳, '하네(hane)'는 한의 복수명사로 한이 많은 곳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고. 트램역 '귤하네'에서 내리면 바로 톱카프 궁전과 맞닿은 공원의 입구가 보인다. 봄부터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각양각색의 꽃들이 공원에 만발해 가족단위의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라고.
나지막한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정상으로 향하는 길, 공원을 걷는 내내 톱카프 궁전의 성벽이 이어진다. 그래서 더 궁전으로 향하는 길임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귤하네 공원은 톱카프 궁전을 둘러싸고 있어 제5정원이라고도 불린다.
돌아갈까 말까? 수차례 고민하다가 결국 다다른 정상. 잘생긴 바셋하운드 한 마리가 우리를 반긴다. 멀리 보이는 보스포러스 해변 전망. 노천카페에 앉아 차라도 한잔 마시면 좋을 텐데... 우린 너무 추웠고 궁전 폐관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추운 날씨 때문인지 조금 불량해 보이는 젊은이들과 외진 벤치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연인만이 드문드문 보인다. 바닥에 뭔가를 계속 툭툭 뱉기에 흘끗 봤더니 해바라기 씨껍질이 바닥에 가득하다. 터키인들은 해바라기씨를 즐겨 먹는다더니... '수상한 매력이 있는 나라 터키'에 등장한 나짐의 여동생 아이쉐굴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높은 곳에 올라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터키 남자들. 귀여운 아이의 자랑스러운 표정을 나도 한 컷 찍어봤다.
저 멀리 보이는 톱카프 궁전의 입구. 시각은 이미 폐관시각인 4시를 지나고 있었다.
[Tip] 귤하네 공원과 톱카프 궁전은 입구가 같다. 왼쪽은 귤하네 공원으로, 오른쪽은 톱카프 궁전의 제 1 정원으로 통하니 문에 쓰인 안내문을 꼭 보고 방향을 잡자. 날씨가 좋다면 귤하네 공원도 한 번쯤 방문해볼만하겠지만 오스만 투르크 시절의 술탄이 살았던 톱카프 궁전에 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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