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여행] 봄철 입맛 살리는 도다리 쑥국, 수정식당
-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 2011. 4. 21. 07:34
따뜻한 햇살과 꽃 내음이 가득한, 바야흐로 봄입니다. '봄'하면 어떤 음식이 떠오르시나요? 봄 나물? 주꾸미? 혹시 봄 쑥과 봄 도다리로 끓인 도다리 쑥국은 어떠신가요?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듯 이른 봄에 먹는 도다리 쑥국은 봄 음식 중 단연 백미입니다. 특히 남도의 따뜻한 해풍을 맞고 자란 쑥과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 도다리로 끓인 도다리 쑥국은 오직 봄에만 맛볼 수 있는 경남지방의 별미라지요.
지난 통영 여행 이야깁니다. 전날 통영의 바람에 취해 과음을 한 탓에 맑은 국물로 해장이나 하자며 도다리 쑥국으로 유명한 '수정식당'을 찾았습니다. 쑥국에 들어가는 도다리는 수놈이 맛있다지만 시장도 아니고 암놈 수놈 주문할 수 없으니 그저 '맛있게 끓여주세요.'라고만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무뚝뚝한 주인아저씨는 눈짓 한번 하시고는 묵묵히 하던 일을 계속하셨죠.
가지런히 손질된 잡어들. 문득 메뉴를 훑어보니 생선회 1인분에 7,0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침이라 망설여졌지만 간단하게 입가심이나 하자며 1인분을 주문했죠.
하지만.... 이게 생선회 1인분입니다. 1인분 치고는 상당한 양이죠? 구성은 도미, 숭어, 병어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풋마늘 대가 함께 나와 함께 봄 내음 폴폴 풍기는 한 상~.
이른 시각이었지만 이렇게 훌륭한 안주를 보니 맥주 한 병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뼈와 함께 썰어 먹는 세꼬시는 이렇게 두 세 점 듬뿍 집어 막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입니다. 정성스럽게 직접 손질한 생선의 꼬들꼬들하고 담백한 맛이 몇만 원짜리 회 정식에 절대 뒤지지 않더군요.
회를 어느 정도 먹어갈 즈음엔 기본 반찬이 깔리고,
고대하던 도다리 쑥국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상상과는 달리 소박한 비주얼에 놀랐는데요. 한입 먹어보니 어린 쑥으로만 끓여서 그런지 쌉싸래한 쑥향과 시원한 도다리 국물이 조화를 이뤄 달큰하고 싶은 맛을 내더군요. 은은한 쑥향이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주어 강한 양념을 따로 넣지 않아도 개운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도다리 쑥국과 궁합이 잘 맞는 멸치회. 남도에서만 볼 수 있는 멸치회는 갓 지은 밥에 얹어 한 입~ 숙성된 짭조름한 맛이 입맛을 돌게합니다.
속이 비칠 정도로 얇게 썰어놓은 무만 봐도 30여년 통영의 깊은 맛을 이어왔다는 주인아저씨의 내공을 알 수 있습니다.
담백하고 깔끔한 도다리 쑥국을 만들려면 먼저 쌀뜨물에 토막을 낸 도다리와 무를 넣고 끓여 고기가 익을 때쯤 어린 쑥을 한 움큼 넣고 불을 끄면 된다는데요. 집에서 끓이면 이 맛이 날까 모르겠습니다. ^^
쑥에는 비타민과 칼륨, 칼슘 등의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는데, 특히 비타민 A가 풍부해 스트레스와 피로해소에 좋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 신체 저항력을 높여 줘 감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고요. 또 춘곤증을 가시게 하는 효과가 있다니 봄에는 쑥국만한 음식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올봄 도다리 쑥국으로 봄기운 충전해보시면 어떨까요?
수정식당
['통영 여행'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