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첫 여성 총리 당선, 탁신의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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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7. 4. 14:26
결국, 탁신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Yingluck Shinawatra, 44)이 태국의 28대 총리가 되었다.
어제(3일) 시행된 태국 조기 총선에서 잉락이 이끄는 야당인 푸어타이당이 전체 500석 가운데 과반이 넘는 263석의 의석을 획득하며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사상 첫 여성 총리의 당선으로 태국의 불안한 정치상황은 이제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사실 이번 태국 총선 결과의 핵심은 '태국의 첫 여성 총리'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3년 만에 정권을 잡은 '탁신파 정당'의 승리라는데 있다. 소위 '레드셔츠'와 '옐로셔츠'로 불리는 친 탁신 vs. 반 탁신(친 왕실, 친 군부)파의 대립에서 탁신파 지지자들이 승리했다는 것이다. 탁신파의 목표는 오직 한가지, 바로 탁신 전 총리의 복귀다.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도시 빈민층, 그리고 탁신과 같은 부유층 화교들은 아직도 친 빈민 정책을 펼치던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고 그리워하며 반정부 시위를 계속해왔다.
태국은 연평균 1,500만 명이 찾는 관광지로서 높은 경제 성장률을 자랑하는 나라지만 계층별 빈부격차가 심하다. 2001년 친 빈민 복지정책으로 총리에 당선된 탁신은 태국 북부 농민과 도시 빈민층으로부터 인기를 얻었으나 자신과 가족의 부정부패로 2006년 군부 쿠데타에 의해 축출되어 망명객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지지세력의 힘으로 망명 이후에도 태국에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예로 2008년 총리직에 오른 사막 전 총리는 그의 오른팔과 같은 인물이었고, 솜차이 전 총리는 탁신과 매제지간이었다. 이번 잉락의 정계 데뷔도 탁신의 지명으로 이루어 졌다. 정치적 경험이 전혀 없던 잉락이 정계 입문 6주 만에 무려 총리에 당선될 수 있었던 건 오빠인 탁신을 대리할 수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치에 어두운 여동생의 뒤에서 탁신이 수렴청정하는 식으로 정치에 간섭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실제로 푸어타이당은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야당이 승리했지만 뿌리 깊은 계층 갈등과 탁신 전 총리의 사면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탁신파의 재집권으로 이미 수십 차례의 군부 쿠데타로 정권이 바뀐 경험이 있는 태국에서 다시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새 총리가 선출되고 정권은 교체됐지만, 태국의 정치상황은 아직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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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두바이에 망명 중인 탁신은 여동생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귀국을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Right Moment와 Right Situation을 보겠다고. 하지만 탁신은 딸의 결혼식에 참석차 12월에 귀국한다.
* 잉락의 공약중 눈이 번쩍 뜨일만한 대목, 최저임금 40% 인상과 80만 명에 달하는 초교 입학생 전원에게 태블릿 PC 지급, 무상교육'. 정말 좋은 공약이다. 하지만 태국 국가 예산의 다섯배가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는데, 과연 실현 가능할까? 실현한다고 해도 문제겠다. 파격적인 선심성 공약이 포퓰리즘 정치의 극을 보여주는 듯.
*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열쇠가 되었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83)은 노쇠해 벌써 2년째 병상에만 누워 있다. 자식농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탓에 왕위를 계승할 변변한 사람이 없다는데, 앞으로 태국 정국은 어떻게 흘러갈지... 존경받는 국부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그가 그립기만 하다.
* 그나저나 27대 총리였던 아피싯과 이번 28대 총리로 선출된 잉락 모두 외모가 무척 출중하다. 40대 아줌마 아저씨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훈훈한 몸매와 얼굴. 외형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는건 분명 문제가 있지만 확실히 외모는 큰 정치적 자산인것 같다.
* 새 총리 선출이니 반정부 시위니 하는 태국의 정치상황에 대한 얘기는 대다수 한국인에게 앞으로 태국이 여행하기에 적절한 환경인지 판단하는 근거 이상의 의미는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몇 번의 여행을 통해 태국이란 나라 자체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으로서 현재 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정리해봤다. 짧은 지식이지만 아랫글도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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