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의 텐진 빈장따오(濱江道) 산책

텐진의 빈장따오(濱江道)는 베이징의 왕푸징 거리나 우리의 명동과 참 닮았다. 긴 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형 쇼핑몰들이 늘어서 있고, 초입에는 생뚱맞게도 거리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성당이 있는 것이 그렇고, 거리를 걷다가 허기를 느낄 즈음이면 먹자골목이 나타나는 것도 그렇다. 화려한 메인로드를 벗어나면 곧 이렇게 소박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텐진 빈장따오(濱江道) 가는 길. 짙푸른 여름 나무와 붉은색 차가 대조를 이룬 거리 풍경이 아름답다.

이정표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차 없는 대로가 나오고, 쇼핑몰로 들어찬 번화가가 시작된다.

번화가라고는 하지만 옛 조계시대의 건물을 그대로 살려 이국적이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주말이라 쇼핑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텐진 최대의 번화가인만큼 젊은이들의 모습도 많이 보이고... 예전에 비해 많이 세련되진 중국인들의 모습에 스틸컷으로 보면 그냥 명동 거리 같기도 한 풍경.

차 없는 도로인 빈장따오를 활보하는 유일한 버스. 빈장따오를 순환한다고 하니 코끼리 열차 닮은 이 오픈형 전기버스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둘러봐도 좋을것 같다. 타고 싶은 곳에서 손짓하면 서고,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려 달라면 되며 요금은 3위안(약 500원)이라고. 주말이라 그런지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벼 우린 그냥 걸었다.   

빈장따오의 상징적인 조형물중 하나인 마차동상. 타보겠다고 조르는 딸아이를 아저씨 옆에 태워줬는데, 사진을 찍거나 말거나 조형물 위로 오르는 중국 어린이 때문에 좀 놀랐다.

하지만 넉살좋은 진아는 곧 뒷자리로 넘어가 다른 중국아이에게 말을 건다. 무릎의 상처를 보고 아프겠다며...; 이렇게 보니 진아도 그냥 중국 아이 같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무렵. 길거리에 앉아 뭔가를 먹는 사람들을 보니 급 허기가 밀려온다.

가방을 앞으로 맨 학생들이며, 사람들로 가득찬 좁은 골목의 풍경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 양 옆으로는 국수, 빵, 과일, 심지어는 떡볶이를 파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있다. 

베이징의 왕푸징 먹자골목을 떠올리며 인파에 섞여 조금 걸었더니, 역시나 꼬치를 든 사람들의 무리가 보인다.
 

중국에서는 역시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양꼬치를~!

양고기 좋아하는 부모 따라 한국에서부터 단련이 된 아이는 한 꼬치를 뚝딱. 각종 향신료가 듬뿍 뿌려진 꼬치구이를 잘도 먹는다.
아이 먹이는 음식이라 위생상태가 좀 걱정되기도 했지만, 여행하는 동안 무탈하게 잘 먹고 잘 놀고, 오히려 살이 쪄서 돌아왔으니 이정도면 아이도 여행 체질인듯 하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기념품 가게에서 만난 텐진의 명물 꽈베기. 마화(麻花)라고 하는데 구부리(狗不理)만두와 함께 텐진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특히 중국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하나 살까 고민하다가 한국 꽈베기가 훨씬 맛나다는 어느 블로그 글이 떠올라 접었단. 

종일 흐리고 서늘하더니 항구로 돌아오는 길엔 결국 비가 흩뿌린다. 태풍 걱정이 되면서도 텐진 여행중엔 비를 만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든다. 이날 저녁 받아든 크루즈 신문에는 태풍으로 인해 가고시마 기항을 하지 않는 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틀 뒤 도착 예정인 후쿠오카도 태풍을 피해 하루 늦게 도착하며 해상에서 이틀을 보내겠다고...   

그리고 그날 밤, 우리는 일본으로 향하는 바다 한복판에서 태풍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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