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처럼 가라앉진 않을까? 태풍 속 크루즈 대처법
- 센티멘탈 여행기/한중일 크루즈
- 2011. 9. 5. 15:37
임신 6개월, 크루즈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주위의 반응이 둘로 나뉜다.
크루즈? 영화에 나오는 그 호화 크루즈? 오~ 부러워!
태풍 온다는데, 괜찮은거야? 임산부가 애도 데리고... 위험하지 않아?
우리가 상상하는 크루즈 여행의 이미지는 대표적으로 이렇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호화로운 파티', 다른 하나는 어처구니없게도 '침몰'. 이 상반되는 이미지는 아마 영화 '타이타닉'에서부터 비롯됐지 싶다. 영화가 개봉한 게 1998년이니 벌써 10여 년 전, 그때만 해도 국내에 크루즈 여행을 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배, 1등실과 3등실로 표현되는 신분차이, 애절한 로맨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했던 악사들의 연주는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크루즈의 이미지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절대 침몰하지 않을꺼라던 타이타닉은 결국 빙하에 부딪혀 비운의 운명을 맞이했다.
태풍이 온다는데, 정말 난 떠나도 되는 걸까?
바다를 항해하는 크루즈 여행은 당연히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태풍의 영향이 없는 시기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요즘은 위성을 통해 기상정보를 미리 알 수 있어 기상재해에도 대비할 수 있다. 태풍 예보가 있을 때는 항로를 변경해 태풍의 영향이 없거나 덜 미치는 기항지로 운항한다. 태풍이 지속될 경우에는 안전을 고려해 기항지 변경 뿐 아니라 일정을 축소하거나 비행기처럼 일정 자체를 취소하는 예도 있다.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에는 각 선사의 보상정책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비바람이 불거나 오픈데크의 바닥을 청소하는 날이면 승객의 안전을 위해 데크의 일부 또는 전체를 폐쇄하기도 한다. 엘리베이터도 날씨 때문에 정전이 되면 멈출 수 있기 때문에 잠시 사용을 금지할 수 있다. 이럴 때 승객들은 운행하는 다른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선박이 흔들리면 선내 이동시에는 복도에 설치된 안전바를 꼭 잡아야 한다.
웬만한 축구장 크기보다 큰 초대형 크루즈는 태풍과 맞서도 크게 흔들림이 없다. 하지만 배멀미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이나 예민한 여행자라면 멀미가 날 때 배의 후미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보자. 선박은 무게 중심이 뒤편에 있어 선수보다는 선미가 덜 흔들린다고 한다. 크루즈 선실을 예약할 때 선미 쪽 객실을 고르는 것도 좋겠다. 배에는 무료 멀미약이 상비되어 있지만 탑승 전에 자신에게 잘 맞는 멀미약을 하나쯤 준비하자.
객실에는 승객을 위한 구명조끼가 비치되어 있으며 승선 첫날 안전훈련 및 구명조끼 착용법에 대한 교육이 있다. 어린이용 구명조끼는 안내데스크에 문의하면 가져다준다. 만 12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승선 안전교육시 나이별 손목밴드를 받게 된다. 손목밴드의 색상과 쓰여있는 번호는 실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때 크루즈내 어린이 담당자가 이들을 인솔해 먼저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는 표식이 된다. 비상시 우리 아이를 가장 빠리 찾을 수 있는 표식이기도 하다. 손목밴드는 부산 탑승시부터 다시 부산에 내릴 때까지 절대 빼면 안 된다. (실제로 가위로 끊지 않으면 빠지지 않게 되어있다)
비상시 진아가 가야할 곳은 Deck 9. 만 3세 아이들은 노란색 손목밴드를 차게된다.
막상 선상에서 직접 태풍을 마주하니 두려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크루즈가 침몰하는 것은 현대에는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요즘은 위성이 있어 태풍이나 기상재해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고, 만약 타이타닉처럼 배에 구멍이 나더라도 수시간 내에는 절대 가라앉지 않게 세밀하게 블럭을 나눠 설계가 되어 있다고 한다. 또 일반 건물보다 더 세심하게 연기 감지장치가 되고, 스프링쿨러 등의 시설이 되어 있다고. 혹시 모를 문제가 발생해도 주변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실제 타이타닉이 가라앉는 동안에 주변을 지나는 여러 척의 배에게 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자국 선박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냥 지나쳐 갔다고 한다) 지나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사실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빙산과의 충돌 때문이라기보다는 절대로 침몰하지 않을 거라는 승무원들의 태도와 안일한 대처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즐거운 여행길에 태풍을 만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경험해본 바 설사 태풍을 만난다고 해도 크루즈 내에는 다양한 안전시설과 시스템, 그리고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훈련된 승무원과 오랜 경험으로 인한 노하우가 있으니 그들이 안내하는 대로 따르면 제아무리 거센 태풍이 오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마지막으로 태풍으로 인해 기항지 한 곳이 취소되고, 선상 일정이 하루 늘었음을 알리는 안내문을 공유해본다.
비록 태풍으로 여행일정이 바뀌었다는 안타까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마지막에 '여러분의 즐겁고 편안한 휴가를 맑은 하늘 아래, 잔잔한 바다 위에서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문구가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한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상투적인 문구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해 주겠다라는 내용이 들어있어 그런것 같다. 영화 속 마지막까지 연주를 계속하던 악사들의 진심이 느껴지더란...) 한중일 크루즈에서는 특이사항이 생길때마다 이렇게 친절하게 한글로 프린트한 안내문을 객실로 배달해 주는데 승객이 무엇을 걱정하고 원하는지 세심하게 살피며 대화하려는 모습이 참 만족스러웠던 여행이었다.
덧) 세상에 이런 일이~! 타이타닉호 침몰 100주년 기념행사
타이타닉 메모리얼 크루즈 상품도 나왔다고 한다. 이 크루즈는 총 12일간 영국에서 출발해 대서양과 뉴욕으로 타이타닉이 운항한 여정을 그대로 재현한다. 총 3,000유로(약 450만 원)의 운임에도 상품은 이미 매진이라는. 승객 역시 타이타닉호와 같은 1,309명인데, 예약자 가운데에는 침몰로 숨진 희생자의 후손도 30명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 타이타닉호 100주년 추모 유람선 매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100주년에 맞춰 3D 버전의 타이타닉을 2012년 봄에 개봉한다고 한다.
* 하나투어 트래블웹진 '겟 어바웃'과 '로얄캐리비안 크루즈'사의 협찬으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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