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샌프란시스코, 그곳에 가면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이곳에 오면 저는 볼륨을 크게 올리고, 스캇 맥킨지(Scott Mackenzie)의 샌프란시스코(San Fransico)를 틀곤 합니다."
저 멀리, 붉은빛의 금문교가 보이기 시작할 즈음 여행사를 운영한다는 한 캠퍼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말했다.

 

12시간의 긴 비행 끝에 도착한 샌프란시스코, 도착하자마자 투어버스에 몸을 싣고 샌프란시스코 관광에 나섰다.
몸은 좀 피곤했지만, 차창 밖으로 금문교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오니 이제야 내가 정말 샌프란시스코에 있다는 것이 실감 난다.

 


▲ 미서부 여행의 시작,
샌프란시스코를 달리며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 (Golden Gate Bridge)

 

 
▲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된 금문교(Golden Gate Bridge).

금문교는 1937년에 완성된 현수교로 샌프란시스코와 마린카운티를 잇는 다리이다. 안갯속에서도 눈에 잘 띌 수 있도록 오렌지 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이 선명한 색상이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와 조화를 이루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건립 당시에는 많은 이들이 복잡한 지형 때문에 건설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예상을 엎고 4년 만에 완공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총길이는 2,737m, 높이는 227m로 어떤 선박이든 통과할 수 있다고. 샌프란시스코의 잦은 안개 때문에 다리의 형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이 드물다는데, 운 좋게도 우리가 도착한 그날엔 비교적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대지진이 일어나도 끄떡없던 금문교의 철골 구조물 샘플  

 

바로 이 굵은 철골 구조물이 다리를 연결하는 데 쓰인 와이어다. 금문교에는 지름 93cm나 되는 와이어가 모두 27,572개나 쓰였다고 하는데, 엄청나게 큰 금문교의 위용이 바로 이 와이어에서 온듯했다. 내부도 얇은 철선으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어 꽤 튼튼해 보였다. 실제로 1989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때 다리를 지탱하게 해준 힘이 되기도 했다.

 

 
▲ 포트 포인트(Port point)에서 시작하는 자전거 여행

 

금문교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잘 닦인 바이크 트레일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건너보는 것을 추천한다.
코스가 좀 길긴 하지만 다리에도 따로 자전거 레인이 있어 어렵지 않게 건널 수 있다. 차량은 유료, 자전거나 도보 통행은 무료이니 샌프란시스코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고자 한다면 한 번쯤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다.  다리 중간쯤에서 보는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도심과 햇살이 부서지는 태평양의 풍경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길 것이다.

 

 

▲ 무거운 금문교를 양손으로 지탱하는 듯한 익살스러운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조금씩 자세를 고쳐가며 가장 즐거운 모습으로 금문교에서의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재밌다.

 

 

▲ 대중교통으로는 금문교 앞의 공원까지만 갈 수 있다.
다리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내려 자전거나 도보로 다리 가까이 다가가기를 추천한다.

 

 

낭만적인 언덕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짧은 샌프란시스코 일정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 하나는 바로 '언덕'이다. '언덕 위의 도시'라고 할 만큼 샌프란시스코에는 언덕이 많다. 면적 600㎢, 인구 80만 명 수준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경기도 용인시와 비슷한 규모의 작은 도시인 이곳에 언덕이 무려 43개나 된다니 샌프란시스코의 모든 길은 언덕으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덕길에 옹기종기 벽을 마주하고 있는 2~3층 높이의 나지막한 집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재미있는 풍경이다. 이런 독특한 주택가 풍경은 지진에 대비해 가옥을 촘촘히 지을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이 있다.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차들도 일렬 주차가 되어 있는데, 널찍한 정원과 주차장이 있는 보통의 미국식 주택과는 다른 모습을 보니 왠지 우리의 골목길이 떠올라 정겹다. 흥미로운 것은 '주인이 다른 집은 각각 다른 색으로 칠해야 한다'는 법 규정. 그래서인지 언뜻 보기에는 다 비슷한 집 같지만, 자세히 보면 각각이 조금씩 다른 색, 다른 모양으로 꾸며져 있다. 계획도시 샌프란시스코의 예술적인 일면이다. 
  


▲ 게이들의 천국으로 유명한 캐스트로 거리(Castro street) 



▲ 피셔맨스 워프에서 이어지는 언덕길



▲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올드 케이블카 


언덕이 많은 지형적 특성 때문에 초기 샌프란시스코의 대중교통수단은 케이블카였다. 여기서 케이블카란 높은 산에 오를 때 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트램'이라고 알고 있는 노면전차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케이블카'라고 부른다. 1873년에 개통되어 현재까지 운행 중인 3대의 케이블카는 대지진 이후 버스의 등장으로 대중교통수단의 의미는 퇴색되었다. 하지만 무동력으로 높은 경사로를 오르내리며 주요 관광지를 모두 거치는 올드 케이블카는 낭만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남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케이블카를 탈 때는 영화 '영화 웨딩 플래너, 러브인 샌프란시스코, 더록'의 한 장면처럼 꼭 난간에 매달려보자. 선로를 따라 점점 멀어지는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낭만적인 풍경일 테니.


 

해산물 요리의 천국, 피셔맨스 워프 (Fishermans Wharf)



▲ 어부들의 부두, 피셔맨스 워프 

'어부들의 부두'라는 뜻의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는 오래전 이탈리아계 어부들이 정착했던 지역으로 샌프란시스코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피셔맨스 워프는 기라델리 스퀘어(Ghirardelli Square)에서 35부두(Pier 35)를 잇는 샌프란시스코 북쪽 해안을 말하는데,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선 해산물 식당이 특히 유명하다.

 

 

▲ 부둣가의 해산물 레스토랑과 상점 간판을 보면 이곳이 이탈리아계 어부들의 정착지임을 추측해볼 수 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사워도우(sour dough) 빵 속에 넣은 클램 차우더(Clam Chowder). 
어부들이 배에서 먹기 좋은 음식으로 개발했다는 시큼한 빵 속의 조개스프는 BOUDIN이라는 원조집이 유명하다. 

  


금문교를 바로 밑에서 볼 수 있어 유명한 '베이 크루즈'도 이곳에서 탈 수 있다.

 

 

스치듯 지나는 풍경도 아름다운 도시


▲ 금문교에 가려 비운의 다리가 된 베이 브릿지 


1936년 완공된 샌프란시스코 최초의 베이브리지는 비운의 다리로 불린다.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잇는 이 다리는 사실 금문교보다 1년 먼저 완공된 현수교이다. 금문교보다 먼저 세워졌고, 금문교보다 더 넓은 면적으로 규모와 아름다움을 두루 갖추고 있는데 왜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다리가 아닐까? 답은 바로 샌프란시스코의 역사와 떼어놓을 수 없는 대지진에 있다. 당시 금문교는 튼튼하게 지진을 버텨냈고, 베이브리지는 상판이 통째로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현재는 베이브릿지 옆에 새로운 다리가 건설 중이며, 2015년 즈음 결국 비운의 다리는 철거될 예정이다.

 


▲ 멋진 야자수가 늘어서 있는 엠바카데로(Embarcadero)

베이브리지를 지나며 보는 야자수가 어우러진 해안과 요트가 정박해 있는 부둣가 풍경은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이다.

 


▲ 
현대 샌프란시스코의 대중교통수단인
Muni

 

스치듯 지나며 보는 풍경도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다시 한 캠퍼가 흥얼거렸던 노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를 떠올려 본다.

노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는 사실 가사처럼 머리에 꽃을 꽂고 기분을 내라는 의미는 아니다. Flower는 미국 히피들이 기성세대의 질서와 개념에 대항해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벌였던 1960년대 'Flower Movement'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머리의 꽃은 베트남 전쟁 당시 '무언의 반전시위'를 상징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히피 세대의 감성을 담은 이 노래는 낭만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곡이 되어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안갯속 금문교를, 언덕을 달리는 케이블카를, 짭조름한 해변의 클램차우더를 떠올리게 한다. 

해질 무렵, 유난히 꽃집이 많은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를 달리며 나도 나지막이 노래의 한 구절을 따라 해 본다.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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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지원: 하나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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