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쯤, 발리 다녀오겠습니다. (2014/12/19~2015/1/15)
- 다녀오겠습니다
- 2014. 12. 19. 07:30
오늘(2014년12월19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발리 한 달 다녀오겠습니다.
사실 3일 전에 떠나 만 한 달을 채우고 돌아오려고 했는데, 우여곡절이 있어서...
아마도 한동안 '한 달 여행'은 스페인, 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이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올 한해 저와 아이들의 뒷바라지 하느라 수고한 남편의 소원여행이자, 그의 휴직을 마무리하는 여행입니다.
남편은 해변에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서핑을 배우고, 저는 수영에 재미붙인 아이들과 신 나게 놀 예정.
물론, 기회가 되면 저도 서핑에 도전을... 다이빙도... ^^;
너무 오랜만의 포스팅이라 근황도 좀 업데이트 하자면, 1월중 책이 나올 것 같아요.
떠나기 전까지 폭풍 작업하느라 꽤 오랜 시간 밤낮없이 교정지를 들여다봤네요.
여행중에도 해야할 일들이 있고, 먼 곳에서 작업이 제대로 될까 하는 마음에 걸음이 무겁지만, 어느정도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여행가방은 이렇게 쌌어요. ㅎ
29인치 캐리어 두 개에 하나는 음식과 놀거리, 하나는 옷가지 등을 넣었습니다.
여름나라로의 여행은, 역시 옷 부피가 적어 좋아요. 네 식구의 옷을 한 가방에 넣을 수 있으니~
이번에도 장기 여행이라 여행용 밥솥, 라면포트와 먹거리를 한 가득 실었습니다.
태국 갈 때는 워낙 태국음식을 좋아해서 좀 덜 챙겼더니 애들이 음식을 가리는 사태가.... OTL.
특별히 소주도 챙겼습니다. 예전엔 먹거리, 특히 소주 가져가면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해외여행시 현지에서 가장 환영받는 선물이 소주더군요.
남편이 서핑스쿨에 2주간 등록했으니, 요긴하게 쓰이기를 바랍니다. (음?)
3일전 공항 풍경입니다. 발리로 출발하기로 했던 날이죠.
아이들은 짐 실은 공항카트에 타는 걸 참~ 좋아해요. ㅎ
그 날의 이야기를 해드리려고요.
사실 이 사진을 찍을 때만해도 저는 그저 떠날 생각에 즐거웠습니다.
항공권을 끊을 때 좌석이며 키즈밀까지 다 선택해둔 후라 가볍게 공항으로 향했죠.
하지만 다시 보니 사진 속 남편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네요.
그랬습니다.
진아의 여권만기일이 6개월에서 며칠 모자른 것을 저희가 파악하지 못한채(두 번이나 체크했으나 산수 오류를... ㅠㅠ) 떠났습니다.
유아의 여권은 성인과 달리 유효기간이 5년입니다. (성인은 10년) 벌써 5년이 흘렀다니...
또한 인도네시아는 여느 동남아시아와 달리 무비자가 아닌 '도착 비자' 국가라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 도착해서 사증(VISA)을 받아야 합니다.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 말은 곧 관련 법이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뜻이고요. 우리가 늘 흘려듣는 '6개월 이상의 기간이 남은 여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하루만 모자라도 입국이 거절당할 수 있으며, 특히 인도네시아는 단수여권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급할 때 공항에서 만들 수 있는 긴급비자도 단수라 안되는 상황. (▶ 긴급비자: http://www.passport.go.kr/issue/emergency.php)
이 때부터 저희는 지난 스페인 귀국길에서 경험한 것과 비슷한 패닉에 빠졌습니다.
(▶ 관련 글: [한달쯤, 아이와 스페인] 미드 24시를 방불케 한, 멘붕의 귀국)
잠시 저희가 끊은 항공권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그동안 모은 항공사 마일리지로 두 아이와 제 좌석을 사고, 스티브는 따로 좌석을 구매했습니다. 스티브의 항공권은 일부 취소/변경만 가능한 조건이 걸려 있어서 출국일 변경이 안되는 표였습니다. 게다가 한 달 머물 레지던스와 서핑스쿨의 대금을 모두 지불해서, 만약 떠나지 않는다면 항공권을 포함한 숙소, 액티비티 비용까지 큰 금액의 손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며칠 있으면 크리스마스 겸한 여행 성수기. 스티브의 항공권을 포기하고, 아이의 여권을 다시 만든다고 해도 네 장이나 되는 항공권을 다시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습니다. 백방 수소문한 결과 3일 후인 19일에 두 좌석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두 좌석. 더 고민할 것 없이 큰 아이와 제 이름을 올렸습니다. (다행히 마일리지 티켓은 변경, 취소가 자유로운 편입니다.) 가장 빠른 서대문구청에서 여권을 신청하면 보통 2박3일만에 받을 수 있거든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희는 3일간 이산가족이 되기로 했습니다. 정균이와 남편이 큰 가방 두 개를 들고 먼저 떠났고요.
진아와 저는 그들을 보낸 후 공항에 우두커니 앉아 뜻 모를 공연을 봤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다음날, 아침 일찍 아이를 씻기고, 앞머리를 잘라준 후 (여권사진 규정에 보면 눈썹이 다 보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직접 사진을 찍었습니다. 스튜디오에 오가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였죠. 사진을 편집함 만료된 여권사진 속 진아와 비교해보니 훌쩍 컸더군요. ^^
사진 인화를 하고, 우주에서 가장 여권발급이 빠르다는(^^) 서대문구청으로 날아가 접수를 했습니다.
혹시 몰라 사정을 설명했더니 신원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거의 2박3일만에 발급이 된다고 하더군요.
단, 발급된 여권은 오후 2시부터 찾을 수 있답니다.
2시라니.. 6시 비행기인데... ㅠㅠ
어쨌든 그리하여~ 저와 진아는 내일 오후 6시 비행기를 타고 발리로 날아갈 예정입니다.
피마르는 3일이었네요. 여권이 발급될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긴 하지만
뭐, 잘 되겠죠? ^^
혹, 이번이 어렵다면 백년만에 타보는 국적기를 포기하고 급히 에어아시아 티켓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그런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암요.
요즘 아이들은 이러고 놉니다. 발리의 정균이와 서울의 진아. 눈 뜨자마자 페이스타임하며 서로가 보고싶다고 난리에요. ㅠㅠ 웬 생이별인지.
정균이는 발리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전에는 수영장, 오후에는 바다로 나가느라 아빠 허리가 휜다고.. ^^;
헬멧도 하나 샀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여행자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가 대중적이어서, 바다도 가고 장도 보고 하려면 스쿠터라도 하나 빌려야 하는데요. 바이크 업체에서 아이용 헬멧은 없다고 해서 저렴한 것으로 하나 사줬다고 하더군요. 정균군은 '다이노포스의 용사가 된것 같다'며 좋아한다네요. ㅎ 솔직히 저는 아이 데리고 오토바이 타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데, 스티브가 리즈시절(?)에 좀 탔다니 안전운전 하기로 하고 믿어보기로...
저는 컬러 프린터를 장만해 다시 야간작업을 하며 아이들 놀잇감을 폭풍 프린트하고 있습니다.
요즘 인기 만점인 다이노포스 종이인형! 좋아해줘야 할텐데요. :)
밑반찬도 챙겼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저희 아버지께서 진공포장팩 협찬을 해주셨어요. ^^;
김치, 떡, 메추리알, 깻잎 등.. 입맛까다로운 큰 아이가 밥만 잘 먹어준다면~ 냉장고라도 지고가겠다는 엄마의 마음입니다. 흐흐
간단한 출사표 정도 쓰려고 했는데, 사연이 사연이다보니 구구절절 글이 길어졌네요.
이제 드디어 결전의 날입니다! 과연 2시에 여권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우리는 만날 수 있을 것인지~!
결과는 간단하게라도 다음 포스팅에 적어 볼게요~
일단,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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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1) 제가 2014년 티스토리 여행분야 우수블로거에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하며 더 열심히 포스팅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00명 뽑는데, 불성실한 제가 어찌 들었는지 결과가 의심스럽습니다만.. ㅎ)
덧2) 요즘 제 블로그 검색 유입 키워드 1, 2위가 스페인 여행인데요. 그래서 댓글로 업데이트 요청을 하시는 분도 몇 분 계시는데, 늦어져서 무척 죄송합니다.
ㅠㅠ 앞으로 한 달간은 발리에서의 생활을 주로 포스팅하겠지만, 틈틈이 스페인 여행기도 업데이트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