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4. 11. 30. 22:12
새벽부터 들려오는 닭 울음 소리에 눈을 떴다. 전날 늦게까지 잠들지 못해 깨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문틈으로 스며드는 햇살에 정신만 더 맑아졌다. 문을 활짝 열어젖히니 어느새 해가 중천. 고작 일곱시인데 말이다. 이날 내가 묵은 곳은 '서악서원'. 신라 학자인 설총과 삼국 통일의 중심인물인 김유신 장균 등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서원'이라는 곳은 원래 인재를 키우고 제사를 지내며 유교적 향촌 질서를 잡아나가는 일종의 사립학교같은 곳이다. 요즘은 내부시설 일부를 개조해 샤워시설과 현대식 화장실, 난방시설을 갖추고 일반인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하룻밤 묵어갈 수 있게 하고 있다. 두 세사람이 누우면 꽉 차는 좁은 방, 슬리퍼 대신 고무신, 화장실을 가려면 찬바람을 맞아야 하지만 하룻밤 자고나니 이곳을..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4. 11. 7. 07:42
언제였더라...? 어렴풋하게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추억이 떠오르긴 하는데, 기억나는 건 실제 내가 본 건지 백과사전 속 사진인지 헛갈리는 석굴암, 불국사, 첨성대 뿐. 그 주변에 뭐가 있었는지, 심지어는 단체사진을 어디에서 찍었는지 조차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엄청나게 큰 무덤과 장난기 많았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를 뿐. 뽀얗게 먼지 쌓인 졸업앨범 세 권과 어릴적 사진들을 꺼내 보고서야 그게 고 1때라는 걸 알았다. 차 없이 경주로~ ▲ 창 밖에는 어느새 황금 들판이 넘실넘실~ 까마득한 수학여행을 기억을 더듬으며 경주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시끌벅적한 관광버스 대신 품위있는 KTX를 탔지만 마음만은 생기발랄 여고생. 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더 설렜다고 하면 아이들이 서운해 할까? 우아하게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