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5. 14. 09:22
여행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낯선 곳에서 잠자기'가 아닐까. 내 몸의 껍질처럼 익숙한 침대와, 방과, 집과, 도시를 떠나 낯선 이들의 흔적으로 가득 찬 다른 도시, 다른 집, 다른 방, 다른 침대에서 잠든다. 불편하지만 고된 일정으로 노곤한 몸은 빠르게 잠으로 빨려 들어가고, 문득 새벽에 눈을 떴을 때 발견하는 것은 낯선 잠자리에 물든 낯선 나, 혹은 나에게 물든 낯익은 잠자리다. - '여행자의 로망 백서' 中 여행자에게 좋은 잠자리란 깨끗한 침대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홀로 떠난 배낭여행객에게 숙소는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잠시나마 무거운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먼저 다녀간 이들이 남긴 방명록이나 메모를 보며 가이드북에는 없는 주변 여행지에 대..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4. 28. 07:00
터키에서 꼭 둘러봐야 할 명소 중 하나는 술탄이 살던 궁전이다. 이스탄불에는 두 개의 큰 궁이 있는데, 하나는 동양적인 멋을 풍기는 톱카프 궁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풍의 섬세하고 화려한 매력이 있는 돌마바흐체 궁이다. 둘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각각 이스탄불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에 위치해 있다. 보스포러스 페리를 타고 신시가지로 건너온 우리는 돌마바흐체 궁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모든 것이 가득찬 곳'이란 뜻의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Saray)은 오스만 제국의 31대 술탄이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을 모방해 지은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궁전 가운데 하나인 이 곳은 궁전을 구성하는 43개의 홀과 285개의 방을 꾸미는데 금 14톤과 은 40톤이 들었다고 한다. 강렬한 색감으로 치장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