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5. 14. 09:22
여행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낯선 곳에서 잠자기'가 아닐까. 내 몸의 껍질처럼 익숙한 침대와, 방과, 집과, 도시를 떠나 낯선 이들의 흔적으로 가득 찬 다른 도시, 다른 집, 다른 방, 다른 침대에서 잠든다. 불편하지만 고된 일정으로 노곤한 몸은 빠르게 잠으로 빨려 들어가고, 문득 새벽에 눈을 떴을 때 발견하는 것은 낯선 잠자리에 물든 낯선 나, 혹은 나에게 물든 낯익은 잠자리다. - '여행자의 로망 백서' 中 여행자에게 좋은 잠자리란 깨끗한 침대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홀로 떠난 배낭여행객에게 숙소는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잠시나마 무거운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먼저 다녀간 이들이 남긴 방명록이나 메모를 보며 가이드북에는 없는 주변 여행지에 대..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5. 12. 07:00
이스탄불을 떠난 것은 어둠이 짙게 깔린 밤늦은 시각이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샤프란볼루, 오스만 시대의 전통가옥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아름다운 마을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재다.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6시간. 오토가르(고속버스 터미널)로 가는 길에 메시지를 확인했더니 이런 오싹한 문자가 와 있다. 터키에 테러라도 난 걸까? 나중에 확인해보니 터키 동부에 쿠르드족이 있는 '반' 같은 곳이 제한지역이란다. 외통부 홈페이지에 보니 테러위험 정도에 따라 여행경보를 4단계로 나누는데, 터키 대부분 지역은 1단계. 이스탄불 오토가르는 언뜻 보기에 우리의 고속버스 터미널과 닮아 있었다. 터키에서는 고속버스가 지역 간 이동의 주요 교통수단이다. 기차나 비행기도 있지만 기차는 출/도착시각이 부정..
센티멘탈 여행기/일본 도쿄 오사카 그린 데이 2009. 11. 11. 13:01
짬내기 어려운 샐러리맨들에게 일본은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여행지입니다. 비행 시간이 짧아 아침에 출발하면 온전히 하루를 여행할 수 있고, 하루 이틀만 휴가 내면 주말에 붙여 4일을 알뜰하게 쓸 수 있으니... 환율의 압박만 없다면 일상에 지친 가을, 충동적으로 떠나고 싶은 곳이죠. 특히 요즘같은 비수기에는 20만원대의 저렴한 항공권을 구할 수 있어 리프레시 일본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는 최적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여행지를 도쿄로 정했다면, 일정중 하루는 도쿄 근교의 한적한 공원을 코스에 넣어보는건 어떨까요? 비슷비슷한 도시풍경이 지겨울때 한가로이 산책하며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좋겠죠. 도쿄에서 한시간 남짓만 가면 닿을 수 있는 요코하마에는 전통 일본식 정원을 만끽할 수 있는 '산케이엔'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