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1. 3. 18. 07:30
오랜만에 홍대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경칩이 지난 지 오래지만, 아직 쌀쌀한 초봄의 산책길. 뜨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서둘러 찾아간 곳은 그 이름도 유명한 '하카다 분코'였습니다. 요즘 홍대 앞에는 맛있는 라멘집이 많이 생겼지만 하카다 분코는 홍대 앞 일본 라면의 원조격으로 진하게 우린 돈고츠 육수로 유명하죠. 일본 뒷골목 어디선가 봤음직한 식당 입구. 식사시간에는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요. 보통 2~30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날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2~3분 기다리고 운 좋게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이랏샤이마세~!'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우렁찬 목소리. 큰 소리로 주문을 주고받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종업원들을 보니 정말 일본에라도 와 있는..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1. 1. 10. 14:39
필름이 감기지 않는다. 셔터도, 조리개도,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듯 모든 것이 한데 엉겨붙어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정말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유채꽃밭에서의 스티브 집 앞 공원, 만개한 벚꽃. 로모(LOMO LC-A)를 처음 만난 건 2001년 4월이었다. 첫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산 내 첫 선물. 무뎌진 감각을 자극하는 독특한 감성의 사진도 좋았지만 구소련에서 사용하던 스파이 카메라였다는 믿거나 말거나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피사체에 초점이 잘 맞는, 날씨에 따라 뿌연 흔적만을 볼 수 있는 이 장난감 같은 카메라로 어떻게 스파이 활동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놀랄 만큼 생동감 있는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스물 몇 장의 사진을 버려도. 무뎌진 감성을 자..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0. 10. 15. 07:50
어느새 완연한 가을입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듬뿍 머금은 바람이 유난히 포근하게 느껴지는 요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시나요? ^^ 저는 그럴 때면 젊음이 숨 쉬는 홍대 앞 거리를 산책해보곤 하는데요. 다른 곳보다 늦게 잠이 드는 동네라 오후가 돼서야 깨어나기 시작하는 상점들의 모습을 본다거나 골목골목 숨어 있는 벽화를 찾아보고, 예쁜 카페들을 기웃거리는 재미가 괜찮답니다. 홍대 앞 전신주를 장식하고 있는 벽화들 홍대 앞은 클럽데이가 열리는 금요일 밤도 괜찮지만, 토요일 오후야 말로 진정한 매력을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홍대 앞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인 '놀이터'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프리마켓(Free Market)이라는 예술시장이 열리는데요. 개성 넘치는 예술가들이 만든 창작품들을 구경하며 만끽하는 여유..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0. 4. 12. 07:00
홍대 앞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놀이터이다. 공식 명칭은 '홍익 어린이 공원'이라지만 어린이가 놀기에는 놀이기구도, 어린이도 드물고, 그 이름을 아는 사람도 드물다. 어린이 보다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 개성 넘치는 그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를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공간이 바로 홍대 앞 놀이터. 이곳에서는 매주 토요일,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홍대 앞 예술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프리마켓이 열린다. 홍대 앞 놀이터가 어린이만을 위한 놀이터가 아닌 것처럼 프리마켓은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벼룩시작(Flea Market)이 아니다. 창작품과 창작 행위가 펼쳐지는 프리마켓(Free Market)이라는 것.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의 창작품을 나눌 수 있는 의미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