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식 피자, 피데를 아시나요?

터키는 참 빵이 흔한 나라입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제일 먼저 에크맥이라는 빵을 푸짐하게 가져다주고요. 거리에는 수레마다 바구니마다 빵을 담아 다니며 파는 빵장수들이 지천입니다. 빵은 종류도 다양해서 주식으로 먹는 에크맥, 얇고 길게 밀어 구운 피데, 둥글넓적하게 구워 고명을 올린 라흐마준, 고기 등이 들어 따뜻하게 데워 먹는 뵈렉, 간식으로 먹는 시미트 등이 있는데요. 터키 빵은 공통으로 올리브 오일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소화가 잘 되고 먹고 나서도 속이 편한 것이 특징입니다.

수많은 터키의 빵 중 오늘 그린데이가 소개해 드릴 음식은 터키식 피자라 불리는 '피데'입니다. 흔히 피자라고 하면 이탈리아가 원산지라고 생각하시는데요. 터키인들은 피자의 원조가 터키의 '피데'에서 왔다고 주장합니다. 발음도, 모양도 피자와 비슷한 터키 빵 '피데', 어떤 음식인지 한번 보실까요?


터키여행 중 카파도키아에서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고소한 냄새를 따라 거리의 한 빵집에 들렀는데요. 작은 가게였지만 깔끔하고 정감있는 모습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진열되어 있는 재료들을 보니 이제 막 빵을 굽기 시작한 것 같았습니다. 이 집의 대표 음식이 '피데'라고 해서 하나 주문했지요. 피데는 얇게 밀어 화덕에서 구워낸 빵을 말하는데요. 빵만 구워 음식을 싸먹기도 하고, 야채나 고기, 치즈, 계란 등의 토핑을 올려 먹기도 한다는데 쉽게 말하자면 터키식 '피자'라고 하더군요. 저는 가장 보편적이라는 고기 피데를 주문했습니다.

 

오픈된 주방에서는 빵을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데요. 만드는 과정을 보니 우선 발효된 밀가루 반죽을 한 덩이 꺼내 밀대로 길게 민 다음 손으로 꾹꾹 누르며 반죽을 더욱 얇고 길게 만듭니다. 그다음 미리 다져 배합해 놓은 고기 양념을 반죽 위에 듬뿍 얹고 고루 펴주고요.

긴 나무주걱에 반죽을 올린 후 양 끝을 보트처럼 접고 화덕에 밀어 넣습니다.  

피데를 굽는 집이면 모두 이렇게 전통 터키식 화덕이 있는데요. 터키인들은 특히 돌로 된 오븐 속에서 장작을 지펴 구워낸 빵을 제일로 친답니다. 장작 향이 살짝 밴 빵은 그 맛과 풍미가 훨씬 더하기 때문이라는데, 돌 오븐과 장작, 길쭉한 피데, 그리고 피데를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는 나무주걱 등 모두가 여행자에게는 신기하고 재밌는 광경이었습니다. 

피데 굽는 냄새가 솔솔 피어오릅니다. 익기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한 가족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버지는 반죽을, 어머니는 토핑은 아들은 화덕을 담당하는 듯. 허름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되는 식자재와 성실한 가족들의 모습을 보니 왠지 빵이 더 맛있을 것만 같더군요. 
 
드디어 완성된 피데. 화덕에서 막 꺼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피데를 보니 시장기가 밀려옵니다.

기다란 피데는 먹기 좋게 한 뼘 크기로 다른 다음 가지런히 포개 종이 포장을 해주는데요, 작은 빵집이 어찌나 바쁜지 이 잘생긴 청년은 제 피데를 만드는 중간마다 계속 분주하게 주문전화를 받고, 다음 빵을 구웠습니다.

잘 구워져 한 뼘 크기로 잘린 피데, 모양은 영락없는 피자입니다. 

포장을 뜯어보니 양 끝이 보트처럼 피데가 먹음직스럽게 드러납니다.

보름간의 터키여행 중 5일을 머물렀던 카파도키아에서의 마지막날. 마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선셋 포인트에 오르며 피데를 한 조각씩 꺼내 먹었습니다. 봄이라지만 아직 쌀쌀한 카파도키아의 골목길, 그곳을 걸으며 맛본 따끈한 피데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모양은 치즈 없는 피자였지만 분명 피자와는 다른 맛이 느껴졌죠. 기름기 없는 쫄깃한 빵과 듬뿍 얹어진 고기 토핑, 한입 베어물었을때 느껴지는 매콤 짭조름함에는 피데만의 독특한 맛이 있었습니다.

터키는 세계 최대 밀 생산국 중 하나로 유명합니다. 특히 터키산 밀은 맛과 품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양질의 터키산 밀과 올리브유로 반죽하고, 거기에 고기 고명까지 올려 구운 피데는 바삭,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양도 푸짐해 가벼운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었고요. 설마 여행길에 맛본 음식이라 더욱 맛나게 느껴졌던 건 아니겠죠? 요즘엔 한국에도 터키 음식점들이 많이 생겨 피데를 맛볼 수 있는데요. 가벼운 외식 메뉴로 한 번쯤 시도해 보시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가격은 터키의 서너 배쯤 더 주셔야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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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데를 들고 한적한 골목길을 돌아 선셋 포인트로 가는 길. 봄 햇볕을 쬐러 나오신 어르신들의 풍경을 보며 저는 온전히 여행자의 모습으로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곳입니다. 괴레메 마을 제일의 피데집인 OZLEM. 점심때라 그런지 손님이 끊이지 않았답니다.

피데를 많이 사면 이렇게 종이에 둘둘 말아주기도 합니다. 피데 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엔 온통 피데 냄새로 가득. 사실 저도 이 냄새를 맡고 빵가게를 찾아가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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