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식 피자, 피데를 아시나요?

2011.04.29 16:10 / 센티멘탈 여행기/터키 서부일주

터키는 참 빵이 흔한 나라입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제일 먼저 에크맥이라는 빵을 푸짐하게 가져다주고요. 거리에는 수레마다 바구니마다 빵을 담아 다니며 파는 빵장수들이 지천입니다. 빵은 종류도 다양해서 주식으로 먹는 에크맥, 얇고 길게 밀어 구운 피데, 둥글넓적하게 구워 고명을 올린 라흐마준, 고기 등이 들어 따뜻하게 데워 먹는 뵈렉, 간식으로 먹는 시미트 등이 있는데요. 터키 빵은 공통으로 올리브 오일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소화가 잘 되고 먹고 나서도 속이 편한 것이 특징입니다.

수많은 터키의 빵 중 오늘 그린데이가 소개해 드릴 음식은 터키식 피자라 불리는 '피데'입니다. 흔히 피자라고 하면 이탈리아가 원산지라고 생각하시는데요. 터키인들은 피자의 원조가 터키의 '피데'에서 왔다고 주장합니다. 발음도, 모양도 피자와 비슷한 터키 빵 '피데', 어떤 음식인지 한번 보실까요?


터키여행 중 카파도키아에서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고소한 냄새를 따라 거리의 한 빵집에 들렀는데요. 작은 가게였지만 깔끔하고 정감있는 모습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진열되어 있는 재료들을 보니 이제 막 빵을 굽기 시작한 것 같았습니다. 이 집의 대표 음식이 '피데'라고 해서 하나 주문했지요. 피데는 얇게 밀어 화덕에서 구워낸 빵을 말하는데요. 빵만 구워 음식을 싸먹기도 하고, 야채나 고기, 치즈, 계란 등의 토핑을 올려 먹기도 한다는데 쉽게 말하자면 터키식 '피자'라고 하더군요. 저는 가장 보편적이라는 고기 피데를 주문했습니다.

 

오픈된 주방에서는 빵을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데요. 만드는 과정을 보니 우선 발효된 밀가루 반죽을 한 덩이 꺼내 밀대로 길게 민 다음 손으로 꾹꾹 누르며 반죽을 더욱 얇고 길게 만듭니다. 그다음 미리 다져 배합해 놓은 고기 양념을 반죽 위에 듬뿍 얹고 고루 펴주고요.

긴 나무주걱에 반죽을 올린 후 양 끝을 보트처럼 접고 화덕에 밀어 넣습니다.  

피데를 굽는 집이면 모두 이렇게 전통 터키식 화덕이 있는데요. 터키인들은 특히 돌로 된 오븐 속에서 장작을 지펴 구워낸 빵을 제일로 친답니다. 장작 향이 살짝 밴 빵은 그 맛과 풍미가 훨씬 더하기 때문이라는데, 돌 오븐과 장작, 길쭉한 피데, 그리고 피데를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는 나무주걱 등 모두가 여행자에게는 신기하고 재밌는 광경이었습니다. 

피데 굽는 냄새가 솔솔 피어오릅니다. 익기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한 가족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버지는 반죽을, 어머니는 토핑은 아들은 화덕을 담당하는 듯. 허름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되는 식자재와 성실한 가족들의 모습을 보니 왠지 빵이 더 맛있을 것만 같더군요. 
 
드디어 완성된 피데. 화덕에서 막 꺼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피데를 보니 시장기가 밀려옵니다.

기다란 피데는 먹기 좋게 한 뼘 크기로 다른 다음 가지런히 포개 종이 포장을 해주는데요, 작은 빵집이 어찌나 바쁜지 이 잘생긴 청년은 제 피데를 만드는 중간마다 계속 분주하게 주문전화를 받고, 다음 빵을 구웠습니다.

잘 구워져 한 뼘 크기로 잘린 피데, 모양은 영락없는 피자입니다. 

포장을 뜯어보니 양 끝이 보트처럼 피데가 먹음직스럽게 드러납니다.

보름간의 터키여행 중 5일을 머물렀던 카파도키아에서의 마지막날. 마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선셋 포인트에 오르며 피데를 한 조각씩 꺼내 먹었습니다. 봄이라지만 아직 쌀쌀한 카파도키아의 골목길, 그곳을 걸으며 맛본 따끈한 피데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모양은 치즈 없는 피자였지만 분명 피자와는 다른 맛이 느껴졌죠. 기름기 없는 쫄깃한 빵과 듬뿍 얹어진 고기 토핑, 한입 베어물었을때 느껴지는 매콤 짭조름함에는 피데만의 독특한 맛이 있었습니다.

터키는 세계 최대 밀 생산국 중 하나로 유명합니다. 특히 터키산 밀은 맛과 품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양질의 터키산 밀과 올리브유로 반죽하고, 거기에 고기 고명까지 올려 구운 피데는 바삭,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양도 푸짐해 가벼운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었고요. 설마 여행길에 맛본 음식이라 더욱 맛나게 느껴졌던 건 아니겠죠? 요즘엔 한국에도 터키 음식점들이 많이 생겨 피데를 맛볼 수 있는데요. 가벼운 외식 메뉴로 한 번쯤 시도해 보시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가격은 터키의 서너 배쯤 더 주셔야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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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데를 들고 한적한 골목길을 돌아 선셋 포인트로 가는 길. 봄 햇볕을 쬐러 나오신 어르신들의 풍경을 보며 저는 온전히 여행자의 모습으로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곳입니다. 괴레메 마을 제일의 피데집인 OZLEM. 점심때라 그런지 손님이 끊이지 않았답니다.

피데를 많이 사면 이렇게 종이에 둘둘 말아주기도 합니다. 피데 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엔 온통 피데 냄새로 가득. 사실 저도 이 냄새를 맡고 빵가게를 찾아가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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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18

  • Favicon of http://hellobeautifuldays.com 샘쟁이 2011.04.29 16:17 신고

    구수한 향기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아요!
    기껏 그 먼 괴뢰메까지 가서는 일정에 쫓겨 그 유명한 항아리 케밥도 못먹고 돌아왔다니깐요!
    이 피데까지 놓쳤구나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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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데이 2011.04.29 20:49 신고

      저런. 그러셨군요. 하지만 샘쟁이님께서 담아오신 두바이와 산토리니의 멋진 풍경을 보면 전 오히려 님이 더 부러운걸요. 피데는 이태원의 터키 음식점에서도 맛보실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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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Raycat.net Raycat 2011.04.29 23:41 신고

    내일 피자헛이라도 사먹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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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1.04.30 07:12 신고

      생각해보니 이탈리아 피자만 있는게 아니라 미국식 피자도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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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nejooso.com 텍사스양 2011.04.30 01:10 신고

    저희가 머물렀던 숙소에 한국인 직원 누님이 계셨는데,
    이런 유명한 가게 소개를 왜 안해주신건지..(물어보질 않아서겠죠 ^^;)
    아쉽지만, 그나마 맛은 봤으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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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1.04.30 07:13 신고

      제가 나름 선정한 유명한 가게입니다. ㅎㅎ (마을 전체를 구석구석 돌아봤는데 아마 괴레메에 음식점 말고 피데굽는 빵집은 이거 하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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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aadda.com jewelry 2011.04.30 03:35 신고

    터키여행가면 꼭 맛봐야겟군여, 독특하고 맛있겟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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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1.04.30 07:15 신고

      터키여행 계획이시라면 꼭 맛봐야할 리스트에 넣어놓으세요~ 카파도키아 말고도 터키 어디서든 맛볼수 있답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토핑이 올라가기도 하는데요. 어떤분은 피자치즈대신 계란을 올린 계란 피데가 맛나다고 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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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라그대여 2011.04.30 14:41 신고

    터키 피데 정말 짱이죠ㅜㅜsimit saray 인가? 라는 체인점에서 시미트도 정말 맛났는데ㅜㅜ한국에도 이 체인점 들어왔음 좋겠다고 친구랑 만날 얘기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쨌든 터키 빵은 진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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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1.05.05 00:25 신고

      저는 바구니나 수레에 담아 파는 길거리표 시미트만 먹어봤는데, 터키사람들의 시미트 사랑이 얼마나 대단하면 체인점까지 생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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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gendo.co.kr 하늘을달려라 2011.04.30 16:54 신고

    괴레메 파노라마......잊을수 없지요...
    카파도키아도 저에게 잊을수 없는 추억...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프린스톤호텔에 묵었나?
    여튼..오래있었는데..말도타고 기구도타고...아 기억이...
    터키여행중...지중해보트크루즈 다음으로 좋았던곳이 카파도키아였어요 ㅎㅎ
    피데...케밥다음으로 많이 먹었던...
    아...저는 아이란을 제일 많이 먹었던듯욤 ㅎㅎ
    새록새록하네용~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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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1.05.05 00:26 신고

      전 봄에가서 지중해 보트크루즈를 못했어요.
      페티예로 가려던 일정을 조정해서 바로 파묵칼레로 갔죠.
      언젠가 꼭 터키에 다시 가서 지중해 루트로 다시 돌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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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recuerdo.tistory.com 로미 2011.04.30 19:09 신고

    터키식 피자라... 흥미로운데요?
    터키하면 케밥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하나 배워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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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1.05.05 00:27 신고

      저도 얇은 밀전병에 돌돌 만 케밥만 알고 갔는데요.
      가서보니 케밥 종류도 정말 여러가지에, 재밌고 맛난 음식들이 많더라구요. 식도락은 정말 여행의 제일가는 재미인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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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hotsuda.com 일레드 2011.05.04 20:50 신고

    저 길쭉한 거 하나를 다 주는 거죠? ㅎㅎ
    담백하고 맛있었을 것 같아요. 굽는 모습도 다 볼 수 있어서 더 좋고요.
    터키에 다녀오신 분들이 다들 이 글로 인해 피테를 추억하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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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1.05.05 00:28 신고

      아. 일레드님. 다솔이는 좀 괜찮나요?
      전화 한번 한다는걸 이시간이네요.

      터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터키빵도 고려대상이 될것 같아요. 그만큼 인상적이고 맛났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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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onepercent-m.com 일퍼센트제이유 2011.05.05 07:27 신고

    원조! 피자인가요? 흐흐흐흐...맛있겠다 :-)
    근데 늘 궁금한건데 말이 안 통하는(?) 나라에서 음식은 어떻게 시키는건가요? ㅎㅎ
    손짓과 발짓으로? 영어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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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etreadylosangeles.com 윤석영 2012.01.06 01:08 신고

    멋진 작품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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