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한 여행, 남해 힐튼 즐길거리

벌써 세 번째 남해 힐튼 포스트. 여행을 준비하면서 부족한 정보로 답답했던 기억이 있어 좀 자세하게 올려본다. 오늘은 아이의 입장에서 본 즐길만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돌이켜 보니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신기해 하고 신나하며 즐겼던것 같다. 더불어 얼마전 선물받은 책에 대한 감상평도 조금.
 

7시간 동안 차를 탔던 탓에 피곤했는지, 평소보다 오래 자는 딸내미. 푹신한 침대에 폭 파묻혀 커튼 틈으로 햇빛이 비추는 줄도 모르고 곤하게 잔다.

그녀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바로 베란다.

어디서 왔는지, 손가락 한 마디도 안되는 작은 청개구리 한마리가 폴짝~!
비만 오면 '굴개굴개' 운다는 말썽장이 청개구리 형제의 우화는 많이 듣고, 읽어 줬어도 진짜 청개구리를 본건 나도 처음인것 같다. 소리를 내거나 움직이면 도망가버릴까봐 살금살금 사진을 찍고, 소근소근 아이와 대화를 나눴던 아침.

잘 꾸며진 수영장이나 놀이시설보다 자연 속에서 만나는 신기한 생명체들 덕에 진짜 신이 났던 몇일이었다. 비가 내려 습한 산책로에서는 어린 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물 웅덩이의 올챙이나 소금쟁이, 곳곳에서 풍뎅이 같은 작은 곤충들을 볼 수 있었다.

 

깜깜한 밤에는 이렇게 큰 게가 겁도 없이 찻길을 건너다니더라는. 도로 한 복판에서 난데없이 꽃게 구출 작전을 벌이기도 했다. 무서워 하는 아이를 뒤로하고 성큼성큼 걸어가 집게발을 들어올린 오늘의 영웅. 인증샷!

아침을 먹으러 가는 길엔 토끼도 만났다. 호텔에서 놓아 기르는 녀석인데, 귀하신 몸, 아침 부페 메뉴에 있는 수박을 먹고 있었다. 아이는 토끼의 빨간 귀를 보고, 아픈것 같다며 걱정이 늘어진다.

토끼장 안엔 다른 토끼들도 서너마리쯤 더 있었는데, 아이가 여길 어찌나 좋아하던지,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 풀도 주고, 떠날 줄을 몰랐다. (사진속 진아는 노래하는 중. 아마 어린이집 원가를 부르고 있지 않았나 싶다. ㅎ 왜 하필...;)

여긴 매일 아침을 먹던 브리즈 (관련 글: 푸른 바다 보며 즐기는 아침 뷔페, 남해 힐튼 브리즈(breeze))의 야외 테라스.
 
리틀타익스 놀이기구가 있어 아이가 식사를 끝낸 후에도 느긋하게(?) 어른들이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아이가 저 주방놀이를 어찌나 재밌게 가지고 놀던지, 탐이나 집에 오자마자 온갖 주방놀이를 검색했는데, 세상에... 기십만원이 넘네...

역시 브리즈에 비치되어있던 색칠놀이. 마침 집에서 가져온 색연필이 있어 몇장 가지고 다니며 바닷속 세계를 탐했단.

엄마와 아빠는 탁구도 한 판. 아이는 볼보이를 자청한다. 하지만 바람이 세게 불어 잘 칠 수 없었다는... (이라고 자위.)


수영장 싫어하는 아이가 있을까? 물에 들어가면 본능적인 편안함을 느끼는건지, 아이는 일단 수영장에 들어가면 나올 생각을 안한다. 남해 힐튼의 야외 수영장 스플래쉬는 발목 깊이의 얕은 곳 부터 1.2m의 깊은 곳까지 점차 깊어지는 구조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다.

물론 유아 풀도 있다. 건너편 작은 수영장이 바로 유아 풀. 주변에 스낵바도 있고, 실내 놀이터를 축소해 놓은 듯한 키즈룸도 있어 여기서라면 아이와 하루 종일도 놀 수 있다. 

오랜만에 가족 사진도 한 장. 근데 이거 가족사진이라고 어디 보여주긴 좀 그렇구나...;

부모인 우리는, 우리의 일부분을 잃어가면서,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 아이들이 우리를 바꿔놓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우리는 아이가 우리 삶에 끼어들기 전처럼 자신이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비트겐슈타인을 열심히 연구하고 최신 영화를 보거나 해변에서 빈둥거리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잃은 것은 자식이 없을 때 만들어진 정체성의 일부이다. 부모가 된 지금의 우리는 과거의 삶과 개인적인 자아는 물론이고 아이들의 생활과도 불가분하게 뒤얽혀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뒤얽힘이 변화를 가져온다.

- 가족의 목소리(Voices in the Family), 대니얼 고틀립 지음 (문학동네)

포스팅하는 중간중간 심리치유 에세이인 '가족의 목소리'를 읽다가 발견한 구절. 이 책은 얼마전 라꼼마에서 거나한 점심을 (관련 링크: 파스타를 질리게 먹었다면 홍대 '라꼼마'를 가보라) 사주셨던 미도리님이 선물해 주신 책인데, 휴가중 읽을 책을 사던 중 나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 고르셨다고 했다.

솔직히 처음엔 좀 거북했다. 일년 넘게 떨어져 지내던 첫째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들어 앉아 계획하던대로 둘째를 임신했지만 아직도 '가족, 육아, 엄마'라는 단어를 보면 왠지 모를 부담과 거부감부터 가지는 나에게 이런 책을 선물해 주시다니... (그걸 아시는 미도리님은 책을 건네며 '자기가 별로 좋아할것 같진 않지만'이란 말씀을 덧붙이셨다.ㅎㅎ)

하지만 읽다보니 미성숙한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다. 부모가 된 지금의 나, 과거 부모님의 삶과 현재의 자신은 물론이고 앞으로 아이의 생활과도 불가분하게 뒤얽혀 살아가고, 살아갈테니. 외면하고 싶다 해서 외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신경쓰이고 고민스러울테니... 이런 책을 읽으면서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다 싶다. 

내 일부분을 잃어가면서 아이와 함께 보내고자 선택한 시간, 조금 더 충실한 부모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이의 사진을 정리하며... 좀 철이 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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