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여행] 소나무길이 매력적인 임진왜란의 마지막 격전지, 관음포

남해대교를 건너며 드디어 남해 여행을 시작한다. 쏟아붓던 빗줄기는 온데간데 없고,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7월의 햇살이 우리를 반긴다. 폭우속 예닐곱시간의 장거리 운전 끝에 만난 남해대교는 마치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이라도 되는 듯 반갑다. 목적지인 남해군에 들어선다는 것 자체가 설레던 순간, 예상과 다르게 맑게 개인 날씨, 탁트인 바다 풍광에 더욱 신이났던것 같다. 

새빨간 기둥에 아슬아슬하게 연결된 케이블 선의 곡선이 아름다운 남해대교는 알려진바와 같이 국내 최초의 현수교다. 1973년에 세워진 이 다리로 인해 섬인 남해도를 육지나 다름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었다고. 고작 30여년 된 다리인데, 남해대교 이후의 남해는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단다. 섬 좌/우에 여수, 광양지구, 삼천포지구에 대단위 임해공업단지가 설치되고, 남해안 및 호남 고속도로가 완공되며 지역간 연결이 한층 원활해 졌다. 이로인해 남해도의 경제, 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사적 232호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유허

남해대교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섬으로 4Km남짓 들어가면 임진왜란의 마지막 격전지로 유명한 '관음포'가 있다. 노량해전으로 더 유명한 이 곳은 1598년 가을, 이충무공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전사한 곳이다.

이락사로 향하는 소나무길.

관음포 앞바다를 남해 사람들은 이순신이 순국한 바다라는 뜻에서 '이락파(李落波)'라고 부른다. 해안에는 그의 시신이 처음 오른곳을 기려 남해 주민 스스로 '이락사' (공식 명칭은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유허')라는 사당을 만들었는데, 잘 꾸며진 공원에 세워진 이락사가 참 볼만하다. 이곳을 지나면 관음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관망대로 이어지는데, 우리나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키 큰 소나무길이 펼쳐져 있어 산책하기에 좋다.

오랜만에 푸른 잔디를 만난 아이는 물기를 잔뜩 머금은 땅위에 털썩. 엄마가 걱정을 하거나 말거나 놀이를 시작한다. 하긴. 이순신이 누구인지, 그날 저 바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기엔 너무 이르긴 하지.

이락사 옆에는 이순신 영상관이 자리잡고 있다. 요즘 대세인 3D로 만든 이순신 영화를 상영한다는데, 초딩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만한 곳인듯. 난 영상관보다는 주변에 잘 조성된 공원과 노지에 피어난 수국이 맘에 들었다.

이렇게 탐스러운 수국을 본게 얼마만인지. 확실히 화분에서 키우는 꽃과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보기 드문 푸른 수국이 군락을 지어 피어있으니 아름답기 그지없다. 요즘 다시 그림을 시작한 엄마와 수국 좋아하는 난 우연히 발견한 보물에 즐거워하며 한동안 자리를 떠날줄 몰랐다. 

거북선의 형상을 본따 만든 이순신 영상관, 내부에 돔형 입체 영상관과 전시관이 있다. (유료)

관음포로 이어지는 길 

영상관 앞으로는 관음포 개펄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관망대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다거나 노약자를 동반한 여행객들은 가까운 이곳에서 관음포를 보는것도 괜찮다. 임진왜란 당시 불바다가 되었을 관음포, 주머니 같은 이곳의 독특한 지형을 이용한 전투는 상상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치열했던 전쟁, 끝나지 않은 전투를 뒤로 한채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지극히 무인다운 말을 남기며 숨을 거둔 이 충무공을 생각하며 잠시 숙연하게 바다를 바라본다.

여행중에 우연히 들른 장소, 그냥 지나칠뻔 했던 곳이 뜻밖의 멋진 풍광과 추억으로 남는 경우가 있다. 이번 남해 여행에서 관광 안내소에 들르기 위해 잠깐 들른 관음포가 바로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잠시 시간을 내 근처의 충렬사까지 돌아보며 이순신의 발자취를 찾아보는것도 괜찮겠다 싶다. 

 
[여행 Tip]

깨끗하고 넓은 주차장이 있는 관음포 유적지는 남해 초입에 관광안내소와 함께 있다. 관음포 관광뿐 아니라 남해 관광 안내 지도를 구하기 위해 남해여행시 꼭 들러가야 할 곳. 임신여성이나 3세미만의 유아를 동반한 차량이라면 관광안내소 바로 앞, 장애인 주차공간과 나란히 있는 '임산부 전용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다. 의외로 남해의 휴게소나 관광명소에는 임산부를 위한 설이 잘 되어 있으니 그린데이처럼 태교여행으로 남해를 찾은 임산부들은 꼭 곳곳의 편의시설을 이용해볼 것.

남해의 충렬사와 관음포 전몰유적을 돌아보고 통영의 한산도까지 이순신의 숨결이 서린 곳으로의 역사체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추천. 여름휴가를 겸해 아이들과 함께 역사공부를 하는 것도 좋을듯 하다. 

* 이락사(이충무공 전몰유허) 관광안내소 055-863-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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