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여행] 닭강정 골목의 변신, 그리고 '북청 닭강정'
-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 2011. 11. 30. 08:01
올해 초에 소개해 드렸던 속초의 명물, '닭강정'을 기억하시나요? (관련 포스팅: 40년 전통의 원조 닭강정, 북청닭집) 신선한 생닭이 전시된 냉장고, 주문 즉시 닭 한 마리를 토막 내 튀기는 원조 슬로우 푸드 시스템, 여느 치킨집의 닭 두 마리는 족히 되어 보이는 푸짐한 양,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매콤한 양념! 당시 처음 속초의 닭강정을 맛봤던 저는 집에서 택배로까지 주문해 먹으며 한동안 치맥에 푹 빠져 있었는데요. 속초 여행을 다시 간다니 또 이곳을 찾지 않을 수 없었겠죠. 추억의 맛을 찾아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Before] 점포마다 개성 있는 간판과 포장을 자랑하는 닭집들. 단골손님 위주로 영업이 되는 듯 보였다.
특히 '북청 닭집'에서는 40년 전부터 닭집을 운영해오셨을 법한 할머니께서 나무 도마에서 직접 생닭을 손질해 튀겨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튀긴 닭이 눅눅해지지 않도록 박스를 살짝 열어 빨간 노끈으로 동여맨 포장은 속초 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 깻잎 가루와 통깨가 솔솔 뿌려진 닭강정은 그야말로 맥주를 무한 리필하게 만드는 마법의 안주.
지난번에 왔을 때는 분명히 가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이었는데, 시장 내 환경미화작업이 있었는지, 어느새 골목이 환해졌네요. 가만 보니 가장 장사가 잘되는 만석 닭강정 간판과 비슷하게 골목 내 모든 닭집의 간판이 바뀌었더군요. 이름도 '닭집'에서 '닭강정'으로 모두 바꾸고, '전국 택배 가능, 체인점 모집'이란 문구도 추가되었습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해 보세요' 같은 플래카드도 걸려 있고요. 블로거들의 평가를 보라는 내용도 있네요. 마케팅에 눈을 뜬 시장 닭집들이랄까요.
미디어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고, 블로거들에 의해 입소문이 난 만석 닭강정 앞에는 전보다 훨씬 더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골목 산책을 마치고 동네 분들이 추천하는 맛집이자 추억의 '북청 닭강정 (구 북청닭집)'에 들어섰습니다. 역시. 바뀐 건 간판뿐이 아니군요. 나무 밑동을 잘라 쓰던 도마는 어느새 널찍한 새 도마로 바뀌었고요, 닭도 미리 손질되어 있었습니다.
기름을 끓이던 커다란 무쇠솥 대신 현대화된 기계가, 자리를 지키던 할머니 대신 젊은 아주머니 두 분이 닭을 튀기고 계시더군요.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렸습니다.
포장된 닭강정. 패키지도 바뀌었네요. 여전히 시장다운 포장이긴 하지만, 속초 닭강정 포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투박한 매력이 사라진 느낌이랄까요. 박스가 많이 작아진 것도 같고요.
하지만 열어보니 치킨의 비주얼이나 맛은 그대로네요. 절대 변해선 안 되는 한가지이기도 하죠.
한참을 정신없이 먹었는데 역시나 세 가족이 먹기엔 역부족이더군요. 반쯤은 다시 포장해서 서울까지 싸들고 왔습니다. 다음날 먹어도 여전히 바삭바삭 변함없는 맛, 이 맛에 또 속초여행이 떠나고 싶어지기도 할 정도니 상상이 가시죠? 갑자기 환해진 닭강정 골목과 거리를 장식한 각종 현수막에 잠시 놀라기도 했지만, 변함없는 맛과 서비스를 경험하니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를 환영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번창하는 속초 시장의 닭강정, 체인 사업도 시작한다니 이제 곧 서울에서도 뜨끈한 닭강정을 맛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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