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여행] 한적한 포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 고성 봉포항
-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 2011. 11. 22. 12:54
미시령을 넘어 속초 해안을 끼고 한국의 아름다운 길 중 하나인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고성 입구에서 '봉포항'을 만날 수 있다. 하루 50여 척의 어선만이 드나드는 봉포항은 대포항이나 동명항에 비해 보잘것없는 작은 항구이지만 갓 잡은 생선을 내리거나 그물을 손질하는 봉포리 어민들을 만날 수 있어 관광항이 아닌 생활항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또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숙박업소에서는 대부분 방에서 바로 바다와 일출을 볼 수 있어 여유롭게 바다의 정취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아담한 항구이지만 나름 활어센터와 널찍한 주차장을 갖추고 있어 바닷가 숙소에 짐을 푼 후 가볍게 회를 먹으러 나와도 좋고, 명태식해로 유명한 백촌막국수도 지척에 있어 굳이 북적이는 속초 시내로 나가지 않아도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우리 가족이 속초 나들이를 할 때마다 봉포항 근처에 숙소를 정하는 이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양미리 철이 시작됐다. 배에서 그물을 내리는 어민들 덕에 조용한 항구에 활기가 넘친다. 관광객을 위한 낚싯배는 많이 봤어도, 이렇게 대량으로 잡은 고기를 내리는 모습은 처음이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서다가 혹시 폐가 될까 싶어 적당한 거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눈길을 돌리니 바로 옆에서는 갓 잡은 양미리 손질이 한창이다. 그물코에서 양미리를 떼어내는 아주머니들의 능숙한 솜씨는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재밌다. 양미리는 미꾸라지보다는 크고, 꽁치보다는 작은 생선으로 도루묵과 함께 대표적인 겨울 어종이다.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해 겨울철 영양식으로 좋다는데, 무와 함께 조려 매콤하게 먹어도, 소금 살살 뿌려 통째로 숯불에 구워 먹어도 맛있다. 특히 시린 손 호호 불며 먹는 뜨거운 양미리구이는 나같은 애주가에겐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매년 11~12월, 동해안에는 포구마다 양미리가 넘쳐나 양미리 축제를 열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노끈에 줄줄이 꿴 반건조 양미리도 흔하다. 겨울에 속초를 찾았다면 한 번쯤은 꼭 양미리를 맛보자.
봉포항은 낚시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파도가 잔잔할 때면 방파제나 갯바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맷돌바위라 불리는 평평한 바위 주변은 물 깊이가 얕아 아이들과 함께 해초 등을 보며 즐기기에도 좋고, 운이 좋다면 큰 가자미를 잡을 수도 있다고. 어촌계에서는 배낚시도 운영하니 친구, 가족과 함께 낚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아이와 남편을 갯바위에 보내 놓고 (위 사진에 자세히 보면 바위 위에서 해맑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부녀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아쉬운 줌렌즈... ㅠㅠ) 나는 그림자로나마 바위에 올라본다.
어둠이 내리는 봉포항 전경. 펜션 창가에서 바라본 모습.
숙소 바로 앞은 바로 이렇게 해변으로 이어진다. 봉포의 깨끗한 해변은 여름날의 피서지로도 좋지만 추운 겨울, 더욱 특별하다. 따뜻한 방에서 바라보는 푸른 겨울바다, 창문을 열 때마다 느껴지는 찬 공기와 비릿한 바닷내음, 밤에는 해변으로 은은하게 비추는 불빛을 보며 분위기 있는 저녁 시간을 보내고, 아침엔 나만의 일출을 맞을 수 있고, 조금만 걸어나가면 포구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호젓한 겨울 여행지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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