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사진 셀프촬영, 너구리가 되어버린 아기 at 두지 스튜디오
- 라이프 로그
- 2012. 12. 14. 16:58
돌사진도 역시 백일사진을 찍어주었던 홍대 앞의 두지 스튜디오에서 셀프로 찍었다.
사실 나는 '집에서 잔치를 치르기로 했으니, 당일 찍은 사진으로 돌사진을 대신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몇 달전에 캐나다의 멋진 자연을 배경으로 찍어둔 사진도 많고 하니) 아빠 마음은 또 그렇지 않았나 보다.
남편의 강력한 의지로 결국 다시 셀프스튜디오를 예약하고, 돌 한달 전 즈음 스튜디오 사진을 찍게 되었다.
이날을 요약하면 대략 이 한장의 사진으로 대표될 수 있겠다. ㅠㅠ
그런데 촬영 당일, 아침부터 둘째군의 컨디션이 심상치 않았다.
전날 먹은 음식이 잘못됐는지, 새벽부터 칭얼대더니 결국 폭풍 응가를... ㅠㅠ
촬영을 미룰까 고민하다가 예약금도 있고 해서 일단 스튜디오로 향했다.
헬쓱한 얼굴로 시작된 촬영.
평소엔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순하고, '껄껄' 웃기도 잘하는 착한 아기인데, 이날은 무표정, 무반응, 징징거림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목각오리를 가져다주니 관심을 보이는 중.
저 바디수트는 이날 촬영을 위해 내가 야심차게 구입한 옷이고, 너무 귀엽게 잘 맞았는데, 역시 표정이 영... ㅠㅠ
오리알 훔친 둘째군. 설정샷. 야무지게 다문 입에 주목~!
하나 줄까? (애가 떨어질 것 같다는 아빠의 주의에 엄마는 무릎 꿇고 애 잡으랴, 사진 찍으랴 동분 서주..;)
이 사진이 그나마 가장 웃음(!)에 가까운 표정을 보여준 것~!
뭔가 멍한 표정이지만, 그래도 가장 돌사진스럽게 나온 사진.
두지스튜디오에서 작가촬영을 요청하면 대표적으로 찍어준다는 너구리 샷. 의상과 소품만 빌려서 대충 내가 찍어봤다.
사실 너구리 옷을 입기 전에도 아무거나 잘 주워 먹고 있었으니(--;) 진짜 너구리 같았지만.
머리에 거칠한 너구리 입을 씌워주니 아픈데 거추장스럽기까지 한지 화가 났다.
결국 다 집어 던지고 엉엉 울어버렸다는.
이때부터 촬영이고 뭐고, 둘째군의 땡깡이 시작됐다.
바닥에 내려놓기만 하면 울어서 남편이 계속 안고 있는 중.
촬영이 끝나고나서도 며칠간 응가가 심상치 않아 병원에 데려가니 '장염'이란다.
폐렴 끝에 장염이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결국 둘째군을 한 잠 재우기로 하고, 그동안 '왜 나는 안찍어주냐'며 토라져버린
(하지만, 동갑내기 스튜디오 사장님 딸과 재밌게 놀고 있던) 첫째를 달래 몇컷 찍었다.
요즘 눈매가 날카로워진 그녀.
재봉틀 조작법을 알려준다며 나름 진지한 모습.
내가 설명은 잘 듣지 않고, 사진찍기에만 열중하고 있으니 바로 함께 놀던 친구에게로 가버린다.
흑판을 보고 갑자기 불타오른 학구열. 뭘 쓰나 봤더니...
19. 빨리 어른이 되고싶은 거니..?
놀아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멀리 도망가버린 진아. 올해는 말이 많이 늘더니 생각도 부쩍 커버린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지나 둘째군을 깨워 다시 몇 컷 찍어보다가
나아질 기미가 없는 컨디션에 그냥 철수를 결정.
가족사진을 끝으로 돌사진 셀프촬영을 마쳤다.
둘째군의 컨디션이 심하게 좋지 않기도 했고, 의욕적이었던 백일사진 셀프촬영에 비해
비협조적인 가족들의 태도에 속이 상해 나도 그닥 노력하지 않아 결과물이 그럭저럭.
그래도 남편 말대로 그냥 넘어갔으면 좀 서운할 뻔 했다.
백일, 돌 셀프촬영한 사진들은 베스트 샷만 엄선해 출력, 돌잔치 포토테이블에 올렸다.
다행히 예쁘다 해주시는 어르신들이 있어 어깨가 으쓱~.
돌 앨범은 원래 압축앨범으로 제작할 예정이었는데,
생각외로 맘에 드는 사진이 없어 또 성장앨범으로 만들까 생각중이다.
그나저나... 언제? --;
[Tip] 두지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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