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4. 9. 2. 07:30
여행을 다녀오니 여름이 다 가버렸다. 서둘러 온 가을 탓인지, 우리가 집에 돌아온 광복절 즈음부터 줄곧 서늘한 날씨가 이어졌다. 집에 에어컨이 없는 탓에 여행 중에도 늘 더운 집에 돌아갈 걱정을 하곤 했는데, 정말 하늘이 도왔다.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아이들의 생각은 좀 달랐다. 올해는 내내 여행하느라 여름을 즐기지 못했다는 거다. 캠핑도 못 했고, 계곡에도 못 갔고, 현장학습에도 따라가지 못했단다.투덜거리던 진아는 급기야 "이제 여행 그만 갈래!" 선언해 버리기까지 했다. "그래. 앞으로 여행은 네가 돈 벌어서 가!" ... 홧김에 소리쳤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서운했다. 미안하고 서운했다. 여름과 가을 사이, 한강 나들이 현실로 돌아오니 신경 쓸 것이 참 많다. 일..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3. 10. 9. 20:10
오늘은 567돌 한글날, 그리고 둘째군 태어난지 673일, 어린이집 가을소풍날. 태풍이 지나간 가을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화창했고, 날은 더없이 따뜻했다. 노을공원 메타세콰이어길 산책으로 시작해 난지한강공원 코스모스길 나들이로 마무리한 가을 소풍.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산책로가 있었다니 새삼 놀랍다. 엄마보다 아빠를, 안는 것 보다 목마타는 것을 더 좋아하는 둘째군. 아이의 해맑은 웃음과 아빠의 벅찬 웃음은 오늘 날씨만큼이나 밝고 맑다. 손을 놓으면 천방지축 제멋대로 달리는 줄만 알았더니 이제는 제법 땅 위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는 둘째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 촉촉한 땅 위로 기어나온 지렁이와 각종 벌레들과 인사를 나누고, 깨끗한 곳에만 산다는 달팽이도 만나고, 누나들의 스티커 놀이에도 관심을..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0. 9. 15. 07:40
100년 만의 늦더위와 사나운 태풍, 늦장마가 왔다고 해도 가을이 오는 건 막을 수 없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이라고는 하지만 비구름이 물러가자 더욱 청명하게 드러나는 가을 하늘. 길목마다 흐드러진 코스모스, 빨갛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절기를 말해준다. 결혼 후로는 매년 추석즈음 항상 떠나는 길이지만 소박한 시골 마을로의 가을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모처럼 쾌청한 하늘을 볼 수 있었던 9월의 어느 주말, 새벽길을 달려 도착한 치악산에서 맞는 운무의 아침 새벽부터 이어진 성묘행렬에 도로며, 휴게소에는 일찍부터 사람이 많아 활기를 더했다. 가을 마중나온 코스모스. 느릿느릿 여름을 나고있는 산과 들, 이렇게 우거진 산과 들을 보는 게 얼마 만인지. 폭신한 산자락에 한번 누워보고 싶었단...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