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을 보내며...

평소에도 부지런한 블로거는 아니지만, 올해는 이런저런 이유로 개인사를 거의 포스팅하지 못한 것 같다. 

모처럼 선선한 밤, 사진 정리를 하다가 찾아낸 지난 추억 몇 장을 올려본다.



너무 거슬러 올라갔나 싶지만 2월의 끝자락. (진짜 올해는 너무 포스팅이 뜸했구나...)
큰 아이가 새로 옮긴 피아노 학원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소박한 공간이었지만,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 격려하는 따뜻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사실 그래서 학원을 옮기기도 했다.)

꽃분홍 드레스를 입은 진아는 조금 떨었지만, 나서는 걸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나름 침착하게 두 곡을 연주했다. 



눈이 많이 오지 않았던 지난 겨울, 혹시 강원도에 가면 눈 구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떠났다. 아니나 다를까, 대설주의보가 내려 발이 푹푹 빠질 만큼 큰 눈이 왔더랬다. 덕분에 소원성취~! 큰 눈사람도 만들고, 눈썰매도 신나게 탔다. 서울에도 그만큼의 눈이 내렸다는 건 안습...; 그래도 멋진 설경에 눈놀이까지 즐길 수 있어 무척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다.  



3월, 병설유치원에 입학한 둘째군은 부쩍 시간이 많아졌다. (그만큼 내 시간이 줄었음을 의미한다. ㅠㅠ) 좋은 점은 누나가 쉴 때 함께 쉴 수 있다는 것. 개교기념일엔 두 아이를 데리고 평일이 아니면 너무 붐벼 갈 수 없는 곳 중 하나인 '키자니아'를 다녀왔다. 키자니아는 직업체험 테마파크로 글로벌 체인이기에 다른 나라에서 쓰던 키조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방콕에서 모아둔 키조를 합쳐 나름 큰 기념품을 득템할 수 있었다. 두 아이가 꽁냥꽁냥 이야기하며 손잡고 다니는 모습이 예뻐보였던 하루. 내가 부러워하던 형제의 모습이었다. 



4월, 집다리골 자연휴양림. 도시는 이미 따뜻한데, 산은 아직이었다. 기대하던 푸른 새싹을 만날 수 없었다. 솔솔 부는 봄바람에 여행병이 도진 나는 마음만큼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 아쉬웠다. 그래도 숲은 어느 계절이든 아름답다. 



5월, 축제가 많은 봄. 어린이 날에는 언제나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찾았다. 따가운 봄 햇살 아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날. 둘째군이 도구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부쩍 컸음을 실감했다.  



어린이날 선물로 큰 아이에게 카메라를 선물했다. 휴대폰 노래를 부르는 아이에게 꿩 대신 닭으로 사준 것인데, 이녀석이 내 흉내를 낸다. 티켓 사진, 음식 사진, 인물 사진 등 닥치는 대로 찍어대는 통에 아빠에게 '사진사는 엄마 하나로 충분해~!'라는 원성을 듣기도 했다. 이날 이후로 나는 아이의 웃는 모습 보다 카메라 든 얼굴을 주로 찍게 된다....;



올해 내게 주목할 만한 소식 하나는 어머니의 국전(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상이다. 

'연휴 마지막 날 혹시 시간 있니?' 라고 쿨하게 수상 소식을 전하신 어머니. 

요즘 대학원에도 다니고 계시는데... 그칠 줄 모르는 어머니의 학구열이 그저 존경스럽기만 하다.



5월의 끝자에는 3박 4일간 제주도에 다녀왔다. 물놀이가 고팠던 우리는 박수기정이 코앞에 보이는 해변 숙소에 자리를 잡고 보말, 군소 등을 잡으며 놀았다. 제주는 남쪽이라 해수욕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맘때 제주는 장마철이라 서울보다 더 추웠다. 올핸 날씨 운이 그닥... 



이번 제주 여행에서는 비가 오락가락해 다닌 곳이 그닥 많지 않다. 새별오름, 화순곶자왈, 항공우주과학관 정도가 전부. 

처음으로 박물관을 시도했으나 역시 제주는 자연이 좋다.



6월에는 정선에서 올해 첫 캠핑을 했다. 캠핑장이 있는 산비탈 아래에는 바로 동강이 흐르는 멋진 곳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설 캠핑장이라 주말임에도 예약이 거의 차지 않았다. 비가 계속 내려 물놀이를 많이 할 수 없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지인 가족과 함께 오디도 따먹고 장작불도 피우며 그야말로 힐링 캠핑을 했다. 마침 캠핑장에서 마을 행사가 열려 즉석 짜장면에 탕수육까지 거하게 얻어 먹기도 했다는.



7월엔 아이들 방학과 동시에 태국 여행을 떠났다. 만 8살인 큰 아이는 올해로 벌써 3년째 태국에서 생일을 맞았다.

'엄마~ 내 생일이라 태국에 온 거야?' 라며 엉뚱한 질문을 하는 큰 아이, 자기 생일에도 태국에 가고 싶다는 작은 아이. 

이 아이들을 어쩔...; 


마음의 고향같은 방콕, 사람에 치이지 않고, 가성비 좋고, 음식 맛난 여름 여행지.

말 그대로 우리의 '여름 별장'같은 이 곳. 그러나 이곳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

휴양도 좋지만,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다.

 


8월에는 운좋게 성수기 자연휴양림 추첨제에서 당첨이 되어 광복절 연휴에 삼척으로 캠핑을 다녀왔다.  

여름 캠핑 경험이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핑계로 '헝그리 캠퍼'라는 모토가 무색하게 차광력이 좋은 타프 하나를 들였는데, 그거 없었음 정말 큰일 날 뻔 했다. 그늘이 거의 없는 데크엔 늘 해가 쨍쨍하거나 비가 내렸기 때문. 


휴양림은 요즘 스노클링 명소로 뜨고 있는 장호항과 모래사장, 회센터 등이 있는 임원항과 매우 가까웠다. 휴가철 막바지의 연휴라 사람은 무척 많았지만 그래도 밋밋한 여름휴가를 보낸 우리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여름을 즐길 수 있었다. 나이가 들었는지, 아니면 바캉스 분위기가 그리웠는지, 휴가지의 인파도, 바가지 물가도 그저 정겹기만 했던 이번 여행. 자세한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풀어보련다. (할 수 있겠지?....;; )


2016년 여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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