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서 즐긴 나홀로 만찬, 술탄아흐멧 피시하우스

프랑스, 중국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손꼽힌다는 터키 요리,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은 오직 '케밥'뿐이지만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가짓수가 많고 종류도 다양한 것이 터키 음식의 특징입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터키는 특히 생선 요리로도 유명한데요. 이스탄불의 갈라타 다리 주변이나 이스티크랄 거리 쿰카프 지역에는 명성에 걸맞게 생선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습니다. 이곳에서는 이스탄불의 명물 고등어 케밥부터 농어구이와 생선튀김, 홍합 볶음밥까지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해산물 요리를 손쉽게 맛볼 수 있습니다.    

식당에서 파는 물고기 일부는 이스탄불의 갈라타 다리에서 자급하기도 합니다. 도보로 갈라타 다리를 건너다보면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이들이 낚아 올리는 물고기의 대부분은 바로 '함시'라는 생선입니다.

잠시 서서 지켜봤더니 미끼로는 새우를 쓰더군요. 낚싯줄을 던진 지 5분쯤 지나자 바로 입질이 옵니다. 두 세 명이 함께 어울려 낚시질을 하다 보니 물고기로 바구니 하나를 채우는 건 순식간이더군요. 멸치보다 조금 큰 함시는 밀가루를 입혀 튀겨서 먹는다는데요.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갈라타 다리를 건너 신시가지를 돌아보고 구시가지에 있는 숙소로 돌아오는 길, 마치 타임머신을 탄듯 과거와 현재를 오갑니다. 터키 여행을 한 지도 열흘이 넘어 이젠 익숙해 질법도 한 풍경인데, 관광객이 아닌 퇴근 인파로 가득 찬 술탄 아흐멧 거리는 또 낯선 모습이네요.


군중 속의 외로움을 느끼며 문득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어진 저는 가이드북을 뒤져 로맨틱한 레스토랑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문을 열고 실내를 훑어보니 손님 대부분이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만찬을 즐기고 있더군요. 빈 좌석은 2인석 한 곳뿐. 혼자 들어가기에 모호한 분위기에 망설이고 있는데, 중년의 웨이터 한 분이 저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친절하게 말을 건네는 웨이터 덕에 자리를 잡고,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메뉴판을 훑어 봅니다. 맘 같아서는 이것저것 시켜보고 싶지만 혼자 여행에서는 한계가 있죠. 해산물 식당인지라 낮에 본 함시를 주문해 봅니다.  

앤틱한 등만으로 불을 밝힌 작은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혼자만의 만찬, 맥주를 몇 모금 들이키니 잔뜩 긴장했던 몸에 온기가 돌고,경계가 풀립니다. 갓 튀겨 지글지글 소리가 나는 함시에 레몬을 뿌려 에크맥과 함께 먹어봅니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생선 튀김이 맥주와 참 잘 어울리더군요. 비주얼은 그다지 멋지지 않지만, 특유의 고소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가는 음식, 작은 생선이지만 머리와 내장, 뼈를 제거하고 살코기만 튀겨내 먹기가 좋더군요. 혼자서 열 마리도 넘게 먹어 치운것 같네요. 

마지막 한점까지 남김 없이 먹고 기분 좋게 일어서려는데, 아까 그 웨이터가 시간 있으면 애플 티 한잔 하고 가라며 저를 붙잡습니다. 이렇게 점원이 먼저 권하는 애플 티는 서비스라지요. 터키식으로 설탕을 세 스푼 듬뿍 넣어 달콤하게 한잔 마신 후 계산서 박스에 팁을 조금 챙겨 넣었습니다.  

다정하게 이야기 나눌 친구나 가족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혼자만의 만찬도 나쁘지 않더군요. 나 홀로 떠난 여행이라고 길거리 음식이나 패스트 푸드로만 끼니를 때울 것이 아니라 가끔은 이렇게 타국에서 철저하게 이방인이 되어 자신과의 만찬을 즐기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친절한 점원 덕에 더욱 따뜻하게 즐겼던 그날의 식사.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Tip] 술탄아흐멧 피시 하우스 (SULTANAHMET FISH HOUSE)
주소: Prof. K. Ysmail Gurkan Caddesi No: 14 Sultanahmet 34400
전화번호: 90 2125274441
영업시간: 10시~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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