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2. 2. 3. 12:03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빨리 흐른다고 했던가. 하루하루가 새로운 기억으로 채워지는 아이들과는 달리 어른의 일상은 뚜렷한 인상 없이 반복적으로 흐른다. 새로 기억할 일이 줄어드는 건 그만큼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 없다는 것. 날아가듯 사라져버리는 시간 속에서 나는 종종거리며 이력서에도 한 줄 넣을 수 없는 맨발의 시간을 보낸다. 둘째 아이를 낳은 지 50일. 출산의 고통은 어느새 희미해졌다. 도저히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던 두 아이의 엄마라는 역할에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샘내는 첫째의 눈치를 보며 마치 숨겨놓은 애인을 만나듯 몰래 눈을 맞추고,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다 보니 3.2Kg으로 태어난 아이는 오늘로 벌써 6.4Kg. 흐르는 시간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이는 훌쩍 자라있었다. 밖은 냉동실처럼 꽁꽁..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2. 2. 1. 08:14
홍대 앞 하면 떠오르는 곳들이 있다. 미화당, 레코드포럼, 프리버드, 아티누스, 이리카페, 그리고 리치몬드. 모두 10년 넘게 홍대 앞을 지켜온 터줏대감들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즐겨 찾던, 혹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던 그런 곳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자본에 밀려 갈 곳 잃은 홍대 앞 가게들. 이제 진짜 홍대 앞 문화는 홍대 앞에 없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똑같은 카페들, 똑같은 옷가게들만 즐비하다. 1983년부터 30년간 홍대 앞을 지켜온 '리치몬드 과자점'이 문을 닫는 31일, 서울에는 눈이 내렸다. 궂은 날씨에 선뜻 나서기가 망설여지던 날... 그러나 내게 리치몬드는 유년의 추억이 있는 특별한 곳이기에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결국 밤 10시가 넘은 시각, 폐점 1시간을..
수상한 쇼핑백 그린 데이 2012. 1. 13. 07:30
작년 4월에 울란바토르로 떠났던 친구가 10개월 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1년간의 육아 휴직기간이 기회라며 남편과 함께 의료봉사를 나섰던 무모한 그녀. 백일도 안 된 아기를 데리고 가느라 1년 치 예방접종 백신을 아이스 박스에 싸들고 떠났더랬다. 사실 떠날 이유보다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았을 꺼다. 간난쟁이와 떠나기엔 너무 척박한 환경이고, 겨울엔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살인적인 날씨에 의료시설도 먹거리도 변변치 않은 곳이니 주변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겠지. 하지만 결심한 그 해, 친구는 멋지게 떠났고 난 가끔씩 업데이트되는 그녀의 페이스북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몽골에서의 생활을 체험하며 여행의 갈증을 채우곤 했다. 내가 상상하는 몽골의 모습은 대략 이런 모습이었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흔하게..
소셜 미디어 단상 그린 데이 2011. 12. 31. 06:23
2011년은 많은 변화와 결실이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블로거로서 동경해 마지않던 TNM파트너로 추천받아 참여하게 되고, 며칠 전에는 2011 티스토리 우수블로거로 선정되는 등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TNM파트너 참여나 우수블로거 선정이 의미있는 이유는 바로 '그린데이 온더로드'가 '여행' 카테고리 블로그로 분류되고 기억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활동에 비해 과분하지만 관심을 두고 노력한 결과가 성과로 보이니 참 기쁩니다. 블로거로서 몇몇 기업블로그 및 웹진에 정기적으로 여행 콘텐츠를 게재했고, 그중 일부는 인쇄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내 집으로의 이사, 둘째 아이 출산 등 인생에 큰 획을 긋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이 모든 것이 '숙제'로만 여겨져 조바심 내며 힘겨워 하기도 했지만, 막상 지..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1. 12. 16. 18:25
지난 11일 방송된 '1박 2일'의 강릉 투어 편을 보셨나요? 이승기를 비롯한 다섯 멤버들이 강릉의 오감 체험이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각각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찾아 레이스를 펼쳤는데요. 그중 미각 체험을 맡은 김종민은 제한된 시간 내에 30가지 음식을 먹어야 했죠. 미션 수행을 위해 재래시장에 들른 김종민, 다양한 강원도의 음식을 맛보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특히 '메밀 부침개와 메밀 전병'을 먹는 장면에서는 얼마 전 속초 여행에서 맛본 메밀전병의 맛이 떠올라 방송을 보는 내내 군침을 삼켰답니다. 속초 관광수산시장(구 중앙시장)내 닭강정 골목을 걷다 보면 끝자락 즈음 메밀전병을 부치는 아주머니 몇 분을 만날 수 있는데요. 전통 음식인 메밀전병은 총처럼 생겼다고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