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3. 30. 10:29
사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블루 모스크에 갔을때는 안타깝게도 기도시간 직전이라 내부출입을 할 수 없었다. 며칠 지나서는 3시간 마다 자미에서 울려퍼지는 기도 소리를 듣고 시간을 어림짐작 하기까지 했지만 이날은 여행의 첫날이 아니던가. 우리는 일단 주변 탐방 후 모스크에 다시 들르기로 했다. 구시가지의 유적군들은 모두 걸어서 커버가 가능하다. 찾아간 곳은 모스크 바로 앞의 히포드롬. 히포드롬은 콘스탄티노플 시대에 전차 경주가 벌어지던 경기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훼손된 세개의 오벨리스크만이 그 흔적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히포드롬 거리에 있는 이집션 오벨리스크(왼쪽 위)와 문닫힌 이슬람 도자/미술 박물관(아래). 푸른 잔디위의 들꽃이 봄을 말해준다. 월, 화요일에는 휴관하는 곳이 많으니 가이드북에..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3. 24. 00:31
이스탄불의 첫 여행지는 '블루 모스크'라 불리는 . 이슬람 사원은 이태원에서 호기심에 잠깐 들른 적이 있지만 어디 그에 비할까. 인구의 99%가 무슬림이라는 이슬람 국가에서의 모스크, 그것도 터키를 대표하는 블루 모스크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건 설렘 그 자체였다. 는 오스만 제국의 최전성기였던 15세기, 14대 술탄인 아흐메트 1세의 명에 따라 1609년부터 7년이란 긴 시간 동안 지어진 터키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모스크 안쪽의 벽면을 온통 뒤덮은 수만 장의 푸른 타일 때문에 '블루 모스크'라는 애칭으로 더 알려졌다. 사실 이 자미는 이슬람교의 우월함을 과시하기 위해 바로 맞은편에 있는 의 양식을 모방, 발전시켜 건축했다고 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블루 모스크는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3. 22. 17:41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터키 남자들의 지나친 호의는 경계대상 1호라는 얘길 수차례 들었는데, 달콤한 차이 한잔에 홀딱 마음이 바뀌다니... 터키에서의 첫 아침, 이스탄불 구시가지를 한 바퀴 돌기 위해 호텔을 나섰을 때였다. 20미터쯤 걸었을까? 아저씨 두 분이 어디선가 반갑게 달려나오시더니 잠시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신다. 그들의 일터인 듯 보이는 맥주 주류창고로 들어간 두 분은 곧 차이 한 잔씩을 손에 들고 나타나셨다. 금방 나오신걸 보니 아마 본인들이 마시려고 타 놓은 차인 것 같은데 우리에게 권하신다. 몇 차례 거절을 하다가 계속되는 터키 아저씨들의 권유에 결국 잔을 받아 들었다. 따끈한 찻잔에서 전해지는 온기와 차의 향기가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온몸으로 전해진다. 쌀쌀한 초봄 아침, 달달한 홍차..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3. 19. 18:05
"트리에스테, 취리히, 파리." 화면들의 계속되는 호출, 가끔 커서의 초조한 박동을 수반하기도 하는 호출은 언뜻 단단하게 굳어버린 듯한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손쉽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냥 복도를 따라 내려가 비행기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몇 시간 뒤에 우리에게 아무런 기억이 없는 장소, 아무도 우리 이름을 모르는 장소에 착륙할 것이다. 오후 3시, 권태와 절망이 위협적으로 몰려오는 시간에 늘 어딘가로, 보들레르가 말하는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륙하는 비행기가 있다는 생각으로 우리 기분의 갈라진 틈들을 메우는 것은 즐거운 일 아닌가. 트리에스테, 취리히, 파리. - 이번 여행을 함께한 '여행의 기술' 中 (알랭 드 보통) 두꺼운 옷을 넣을까 말까, 즉석카메라를 가져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