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한끼 식사로 충분해. 만두를 닮은 빵 '뵈렉'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 2012. 3. 20. 07:00
이스탄불 구시가지에서 페리를 타고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너면 마지막 정거장에서 사리예르(sariyer)라는 마을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은 유럽대륙의 끝이자 아시아 대륙이 시작되는 곳으로 보스포러스 해협이 끝나고 흑해가 시작되는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별한 유적지나 볼거리가 있는 관광지가 아니기에 관광객들의 걸음은 뜸하지만, 대신 진짜 이스탄불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관련 글: 이스탄불의 한적한 어촌마을 사리예르, 느리게 걷기)
볼수록 마음이 정화되는 여유로운 사리예르 해변의 풍경.
사리예르 역에서 내려 길을 따라 올라가면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 정거장 건너편에는 작은 상점가가 있는데, 뜨거운 김으로 뿌옇게 얼룩진 창문 하나가 내 시선을 끌었다.
뜨거운 기운의 정체는 바로 빵. 커다란 패스트리 사이사이에 고기나 치즈, 채소를 채운 뵈렉(Börek)이 달궈진 철판위에 쌓여있었다. 터키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사리예르는 뵈렉으로 유명한 마을이란다. 이곳의 뵈렉을 사러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기도 한다니 우리나라로 치면 호두과자로 유명한 천안 정도의 유명세쯤 되는것 같다.
당시엔 이 빵의 이름도, 재료도 알지 못했기에 처음 보는 음식, 맛이나 한번 보자며 가게에 들어섰다. 하지만 손님이 들어왔는데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아저씨... 도끼같이 큰 칼을 들고 마치 고기를 다지듯 '탕 탕 탕!' 빠르게 빵을 잘라내는 모습에서 포스와 연륜이 느껴진다.
순서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뵈렉 말고도 터키의 국민 간식인 시미트(왼쪽 동글납작한 빵)나 소시지 빵, 마카롱 같이 다양한 빵들이 쌓여있다. 온통 고소한 냄새가 솔솔~
먹기 좋게 자른 뵈렉은 차와 함께 서빙된다. 뵈렉은 갯수가 아니라 무게를 달아 접시 단위로 파는데 한 접시에 1인분. 1인분의 가격은 3천원쯤 한다. 차이 한잔과 함께 먹으면 간단한 아침식사, 출출할때 든든한 간식이 된다.
주문한 빵은 보스포러스 해협이 내려다보이는 2층에서 먹을 수도 있다. 카메라를 들고 가게를 누비며 사진을 찍어대는 나를 보더니 '한장 찍어달라'며 포즈를 취하는 점원. 터키에서는 이렇게 자신을 찍어달라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카메라 액정으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그는 만족스러웠는지 다른 점원에게 '너도 한장 찍어봐'라며 등을 떠민다. 몇번을 거절하더니 결국 수줍게 나를 향해 웃음짓는 그녀. 때묻지 않은 앳된 모습이 사랑스러워 기꺼이 찍어줬다.
영어가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친절한 점원들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뵈렉 1인분을 포장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고기 뵈렉. 얇은 도우가 층층이 쌓인 패스트리에 양념한 고기로 속을 채워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모습은 빵이지만 속을 채워넣은 모양새나 짭쪼름하고 감칠맛 나는 맛이 인도의 사모사, 우리의 튀김만두와도 비슷했다.
터키인들은 카흐발트(터키식 아침식사)를 먹을 수 없는 바쁜 아침에 뵈렉을 데워먹는다고 한다. 다양한 재료로 속이 채워져 있어 한끼 식사로도 든든하고 무엇보다 따뜻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맛보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뵈렉은 이후 길거리 노점에서도, 빵집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시간에 쫓기던 고속버스 터미널이나 공항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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