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맛집] 바다경치 바라보며 시원한 물회 한 그릇, 부산횟집
-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 2012. 6. 12. 08:13
때이른 여름 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낮에는 30도를 오르내리는 높은 기온에 요즘은 팥빙수와 같이 찬 음식을 자꾸 찾게 되는데요. 오늘은 이렇게 더운 날, 바다 경치를 바라보며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얼음 동동 '물회'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남해여행을 하기 전, 검색을 통해 들러보고 싶은 맛집을 몇 곳 추려 놓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부산횟집은 숙소인 남해힐튼과 가깝고 대체로 평이 좋아 남해에 도착하자마자 찾아갔던 집입니다.
가정집을 고쳐 만든 빨간 벽돌집 앞에 주차를 하고 횟집 입구를 찾는데...
어라? 출입문이 없습니다. 안채로 통하는 작은 문을 빼꼼히 열고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를 물었더니 퉁명스러운 말투로 '뒤로 돌아가라'더군요. 무슨 문이 앞에 없고 뒤에 있느냐며 투덜투덜, 계단도 없는 비탈길을 내려갔습니다.
우와~!!!
불쾌한 기분을 싹 가시게 하는 이 멋진 풍경. 왜 문이 주차장 바로 앞이 아닌 뒤편에 있는지 그제야 이해가 가더군요. 식당 앞에 매어 놓은 통통배들을 보니 왠지 직접 잡은 생선으로 회를 뜨는 풍경이 그려졌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운치 있는 풍경에 일단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더군요.
메뉴는 고를것 없이 물회 한가지입니다. 고민할 일 없어 좋지만, 일행 중 물회를 못 먹는 사람이 있다면 좀 난감하겠죠.
물회는 이렇게 큰 양푼에 한꺼번에 푸짐하게 나옵니다. 주문하면 거짓말 좀 보태서 수저를 놓기도 전에 요리가 등장하는데요. 오징어 회가 살짝 얼어있는 것을 보니 재료는 미리 준비해 놓는 것 같고, 주문을 받으면 물회를 무치고, 면을 삶아서 내놓는 것 같습니다. 이름은 물회인데, 처음부터 육수에 회를 말아 내오는 것이 아니고 매콤하게 버무린 회무침에 얼음을 넉넉히 넣어 먹다 보면 물회가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얼음이 녹아 육수가 어느 정도 잘박해 졌다면 면을 말아 먹을 타이밍입니다. 부산횟집에서는 일반적으로 물회에 곁들여 먹는 소면 대신 냉면 면을 주는데요. 냉면을 비벼 반찬으로 나오는 갓김치를 올려 먹으면 쫄깃하고 향긋한 맛이 아주 독특합니다.
물회가 어찌나 양이 많은지, 어느정도 먹은 후에 면을 말았는데도 면을 찾아보기가 어렵네요. 쫄깃하고 고소한 오징어 회 맛과 신선한 채소의 아삭거림이 시원하게 입안에서 어우러집니다. 오득오득 씹히는 얼음 덕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도 들고요. 사실 시원하다 못해 좀 춥기도 했지만 입맛을 당기는 매콤 달콤한 맛에 결국 저희는 양푼의 바닥을 보고야 말았네요.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는데, 와~ 다시 한번 터지는 감탄사.
다소 비싸게 느껴지는 물회 값에 이 경치 가격이 포함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물회는 고된 새벽 일을 끝낸 어부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잡아온 고기를 그 자리에서 썰어 장에 비벼 먹은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잡아온 생선 중 상품성이 없는 작은놈들로만 골라서, 통째로 채치듯 썰어낸 막회는 실처럼 가늘고 길어 국수처럼 후루룩 단숨에 먹을 수 있었겠죠. 잔잔한 바다에 떠있는 배들을 바라보니 어부들의 고단한 삶과 부두의 아침풍경이 상상이 되어 잠시 숙연해집니다.
그런데 문득 드는 의문, 남해에 왠 부산횟집일까요? 주인장이 부산 출신인 걸까요? ^^
이름에 얽힌 사연이야 어찌 됐든 남해의 부산횟집은 남해 서면의 스포츠 파크 근처에 오시면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식당 내 좌석은 모두 좌식이고요. 창가 자리에 앉으시면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물회를 드실 수 있습니다. 식사 후 가까운 등대까지 부두 산책을 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더운 날, 남해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꼭 한 번쯤 들러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여행 Tip]
전화: 055-862-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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