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의 도서관은 이런 모습? 궁원안과(미라하야), 타이중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순간, 첫인상과 첫 느낌으로 사물을 판단한다. 

특히 여행 중에는 목적지에 도착해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이방인으로서 처음 접하는 모든 것들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숙소 위치만 겨우 찾아보고 떠난 타이중이 내게 '다시 가보고픈 여행지'가 된 결정적 계기는 
아마 첫날 첫 여행지였던 '궁원안과(宮原眼科)'때문이지 싶다.



병원이야, 과자점이야? 궁원안과

▲ 타이중 여행 필수코스, 궁원안과


궁원안과라니. 과자점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기묘한 이름에 뭔가 사연이 있지는 않을까 궁금했던 곳.

마치 루브르의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지붕하며, 유럽돋는 고풍스러운 실내장식, 예사롭지 않은 과자들의 패키지 디자인은 
내가 상상했던 대만의 첫인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 궁원안과의 문으로 향하는 개미들이 익살스럽다. 

타이중 기차역에서 가까운 궁원안과는 기차역과 동시대인 일제기, 1927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대만의 오래된 목조 건물은 대부분 1920~30년대 일제강점기에 건축된 것들이다.


▲ (왼쪽) 바로 이분이 병원장이었던 타케쿠마 미라하야, 훗날 과자점이 될 줄 알았을까?


사실 이곳은 독특한 상호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오래전 진짜 '안과 병원'으로 쓰였던 건물이다. 
'타케쿠마 미야하라' 박사가 운영하던 안과 병원이기에 그의 성을 따 '미라하야 (宮原, 궁원 - 일본의 흔한 성씨 중 하나) 안과'라고 불렀는데, 

그 이름을 과자점이 된 후에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어로 따로 음이 있는 글자이지만 대만인들도 일본식으로 '미라하야'라고 부른다. 


홈페이지(http://www.miyahara.com.tw)에 따르면 미라하야씨는 병원장이자 타이중 시 의원으로 일제강점기 때
대만과 일본의 화합을 위해 노력했다
고 한다. 일본의 황민화 정책에 반대하며 대만 자치정부 수립을 지지했다고.  

요즘의 궁원안과(미라하야)는 
케이크 전문점인 '일출(日出)'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곳은 '일출'의 '궁원안과 지점'인 셈. 




해리포터의 도서관이 이런 모습일까? 독특한 진열장



... 우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상상 이상으로 고풍스러운 실내풍경 나를 압도한다.

이건 마치 유럽의 오래된 도서관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비주얼~! 



오래전 약이나 처방전을 보관했을 법한 약장은 초콜릿이나 과자의 진열대로 쓰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수제 초콜릿과 치즈 케이크, 차, 그리고 펑리수라고 부르는 대만의 특산품, 파인애플 케이크(과자) 등을 볼 수 있는데, 
특히 펑리수는 대만에서도 타이중, 궁원안과의 펑리수를 알아준다고 한다. 
타이중을 찾는 관광객들이 모두 
이곳을 거쳐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특별한 사람에게 선물하고픈 디저트 선물세트


▲ 디테일이 살아있는 수제 초콜릿


궁원안과는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과자점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유명세를 타게 된 건 바로 '일출'의 디저트 패키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초콜릿과 펑리수, 일출만의 고풍스러운 포장, 시즌에 맞춰 다양하게 출시되는 선물세트는 전부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 궁원안과의 옛 모습이 프린트 된 고풍스러운 차 선물세트

▲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펑리수(鳳梨酥) 선물세트~! 동글 납작한 빵 속에 파인애플 잼이 가득 들어있다.  

   17개들이 가격은 NT$ 380, 14,000원 정도. 제품에 따라 패키지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 2014년 새해에는 청마가 그려진 신년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 따로 판매하는지 묻고 싶었던 멋스러운 포장리본


본격 과자 도서관의 등장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서니 이번에는 옛 대만 도서관의 열람실을 재현해 놓은 듯한 곳이 나온다.  




실제로 전시된 것은 일출에서 판매하는 과자와 케이크. 본격 과자 도서관의 등장이다.
다양한 종류의 펑리수와 타이양삥(태양 모양의 동그란 과자)이 대부분이며 마음에 드는 제품은 점원에게 이야기하면 새 제품으로 살 수 있다. 
벽면과 진열대에는 다양한 종류의 엽서와 스탬프가 있어 기념으로 남기기에도 좋다.



펑리수를 얹어 먹는 특별한 아이스크림

▲ 일출 아이스크림 전경, 벽에 걸린 예사롭지않은 매화나무는 모두 자기로 만든 것이며, 궁원 안과의 상징이기도 하다. 

건너편으로는 궁원안과를 찾는 사람들이 필수 코스로 들른다는 일출 아이스크림이 보인다.
평일 저녁이라 줄이 길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이곳은 천연 원료를 사용한 다양하고 맛난 아이스크림에 토핑으로 일출에서 판매하는 여러 종류의 펑리수를 얹어 먹을 수 있어 유명해진 곳이다. 

박스로 사지 않아도, 아이스크림만 먹으면 덤으로 펑리수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인기 비결~!  


2스쿱(NT$ 150, 약 5,500원)을 선택하면 토핑으로 3가지를 고를 수 있는데 견과류, 건과일, 펑리수, 치즈 케이크 중에서 고를 수 있다.  


▲ 차와 과일 종류의 아이스크림. 옆 칸에 또 이만큼의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있다. 


▲ 표시한 것으로 주문하면 달지 않고 진한 카카오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호기심에 건너가 아이스크림을 고르는데,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카카오 함량에 따라 43%~100%까지 종류가 무려 스무 가지나 된다.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점원에게 물었더니 대뜸 일본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한국인이라니 머리를 갸우뚱~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것, 많이 달지 않은 것을 알려 달랬더니 카카오 함량 66%~68%를 추천한다.


▲ 아이스크림에 얹어먹는 토핑들

그렇게 초콜릿, 우롱차 아이스크림을 선택하고 난 후에 옆 칸으로 이동해 토핑을 고르면 된다. 



나는 순수 파인애플로만 속을 채운 토펑리수, 후기 평이 좋았던 치즈케이크, 그리고 꽃모양 케이크(Flower Cake)를 골랐다.
대만인들은 보통 과자나 케이크 토핑 두 개에 견과류를 얹어 먹는 것 같던데, 일출의 빵을 보다 다양하게 맛보고 싶은 마음에.



아이스크림이 단맛 때문인지, 기대가 컸던 치즈 케이크는 좀 별로였다. 짠맛이 느껴져 더 그랬던 것 같다.

가장 크다(!)는 이유로 남편이 고른 꽃모양 케이크는 월병 비슷하기도 했는데 예상 외로 탁월한 선택~!

토펑리수는 역시, 토핑중 으뜸이었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그땐 펑리수로만 토핑을 고를 거라며~  


메인인 아이스크림은 우유 함량이 높지 않아 쫀득한 맛은 없었지만 서걱거리면서도 많이 달지 않고, 묵직하게 맛깔스러웠다.



안타까운 점 하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없다. 다들 문 앞에 서거나 화단에 걸터앉아 먹는다.

선선한 가을날씨라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바람을 느끼며 여행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눈과 입을 홀린 타이중의 첫 여행지 궁원안과.

9년차 부부, 5년만의 단둘이 여행은 이렇게 뜻하지 않은 달달함으로 시작되었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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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Tip] 일출 궁원안과점 (
宮原眼科, 미라하야) 

* 주소: 台中市 中區 中山路20號 (No. 20, Zhōngshān Road, Zhong District Taichung City, Taiwan 400)
* 전화번호: +886 4 2227 1927
* 궁원안과 홈페이지: http://www.miyahara.com.tw/
* 일출 홈페이지: http://www.dawncake.com.tw


* 구글맵에서 보기: 
宮原眼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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