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쇼핑백 그린 데이 2010. 6. 1. 09:52
야근 후 빈집에 들어와 홀로 끼니를 때우려던 어느 날 저녁, 가나자와로 온천여행을 다녀오신 부모님께서 깜짝 방문을 해 쇼핑백 하나를 놓고 가셨다. - 평소 일본 출장이 잦으신 부모님 덕에 난 어려서부터 일본 장난감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더 이상 장난감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이가 되자 부모님께서는 입이 즐거워지는 선물을 하나씩 사오기 시작하셨는데 요즘은 결혼한 딸내미를 위해 우메보시 같은 반찬거리를 사오곤 하신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쇼핑백을 들여다보니 잘 포장된 도시락이 하나 보인다. 냄새를 맡아보니 시큼한 것이 김초밥 같기도 하고... 일단 포장을 풀어본다. 벗기고 벗겨도 끝없이 나오는 정성스러운 포장. 그 정성스러움 앞에 숙연한 기분마저 들었다. 나무껍질을 묶은 매듭을 풀고 속지를 벗겨내자 롤..
수상한 쇼핑백 그린 데이 2010. 5. 31. 07:00
대학 시절 토론토 미술관에서 우연히 본 신디 셔먼 특별전. 미술사 책에서나 만나던 그녀의 사진을 직접 보고는 홀딱 반해 없는 유학생 살림에 가진 돈을 탈탈 털어 사진집을 샀던 기억이 난다. 주홍색 커버의 욕망에 찬 그녀는 결국 한국까지 쫓아와 내 졸업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로고가 대문짝만 하게 찍힌 2유로짜리 보조 가방은 독일 출장길에 브로셔를 담는 용도로 샀다. 나일론 재질이라 가볍고 튼튼해 여행 갈때마다 애용하다가 요즘은 딸내미 기저귀 가방(^^)으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방콕의 짜뚜짝 시장에서는 보료를 사오는 사고를 쳤다. 그냥 보료가 아니라 커다란 삼각쿠션이 달린 삼단 보료를, 그것도 두 개나...ㅠㅠ 내 몸만큼 크고 무거운 보료를 이고 버스로, 지하철로 다닐 때는 대체..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5. 27. 07:30
흐드를륵 언덕을 내려와 마을 산책에 나섰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날은 벌써 어둑어둑. 발길 가는대로 걷다보니 골목길 한귀퉁이에 자리잡은 작은 시장에 도착했다. 아리스타 골목에 자리잡은 아리스타 바자르. 주로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들을 파는 소박한 시장이다. 여름이 되면 좁은 골목길 지붕사이로 청포도 넝쿨이 늘어진단다. 시장 초입에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는데. 책에서 봤던 '남자들만 가는 카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터키를 여행하다보면 가끔 저렇게 아무 장식 없이 테이블만 가득 들어찬 밋밋한 카페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나이 지긋한 중년의 아저씨들은 차이를 마시고 줄담배를 피우며 루미큐브를 닮은 OK 게임이나 타블라(Tavla)같은 보드게임을 즐긴다. 시장에서 만난 히잡과 스카프들. 터키는 이슬람 국..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5. 26. 07:00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터키 음식의 대명사, 케밥'에서도 잠깐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빵 사이에 고기 대신 구운 고등어를 끼워 먹는 고등어 케밥은 이스탄불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입니다. 터키에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소문난 먹거리로 여행을 떠나기 전 꼭 먹어보리라 마음먹었던 음식 중 하나였죠. 고등어 케밥을 만나기 위해서는 이스탄불 에미노뉘 선착장으로 가야 합니다. 해 질 무렵 자욱한 연기에 휩싸인 케밥 노점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배경으로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전통 복장을 한 조리사가 미리 손질해둔 생선을 철판 위에서 익힙니다. 케밥 한 개에는 고등어 반마리가 들어가는데요. 생선을 반으로 가르다 보니 한쪽은 뼈가 있고, 다른 한쪽은 뼈가 완전히 발라진 상태입니다. 운이 좋지 않다면 먹..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그린 데이 2010. 5. 24. 07:00
80년대 퇴폐 문화의 산실로 우리나라에서 이름을 날리던 터키탕. 터키에는 터키탕이 있을까? 터키에는 '하맘(HAMAM)'이라고 부르는 터키탕이 있다. 그러나 괜한 기대(^^)를 한다면 좀 실망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야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그런 음흉한 이미지를 갖게 됐는지 몰라도 원래 터키탕은 오래전 로마에서 유래한 건전한 목욕탕이다. 터키식 목욕탕 하맘(HAMAM) 터키탕은 어떤 곳일까? 터키탕은 내부가 대리석 벽돌로 지어진 공동 목욕탕이다. 내부에는 넓은 탈의실과 휴게공간을 갖추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중목욕탕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어떤 점이 다를까? 우선, 목욕탕에 물이 없다. 사방이 온통 뜨끈하게 덥혀진 건조한 대리석이다. 먼저 대리석에서 뿜어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