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여행기/중국, 대만 그린 데이 2010. 12. 23. 07:30
북경 여행을 계획했을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음식'이었습니다. 요즘엔 한국에도 양 꼬치나 훠궈를 주로 하는 중국 음식점이 많아졌지만 진짜 중국에서 먹는 중국 음식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죠. 향신료 때문에 입맛에 맞지 않을 거다. 너무 느끼하지는 않을까? 깨끗할까? 설마 가짜 계란을 쓰지는 않았겠지... 다양한 음식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 이면에는 편견과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북경에 도착한 첫날. 고민 끝에 들어선 곳은 이소룡을 상표로 삼은 중식 패스트푸드점 전궁푸(眞工夫). 프랜차이즈라 나름 믿을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였습니다. 사진을 보고 고른 메뉴는 간장에 볶은 돼지고기였는데요. 생강향이 나는 짭조름한 맛에 먹을 만 했지만 국적 불명의 특색 없는 요리였죠. 남은 며칠 간 계속..
센티멘탈 여행기/중국, 대만 그린 데이 2010. 12. 14. 07:00
여행은,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은 낯선 사람들과 끊임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다. 낯선 언어로 말하고, 낯선 이념을 가지고, 낯선 세상에 사는 이들. 하지만 그들 속에 섞여 실제 사는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국기를 들고 혁명의 광장에 선 학생들. 무술 삼매경에 빠진 공원의 할아버지. 자전거를 타고 제국의 뒷길을 누비는 인력거꾼. 아침을 데우는 거리의 노점. 공안의 눈을 피해 숨어 장사하는 군고구마 상인까지... 나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오늘은 그들을 통해 느낀 진짜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천안문 광장에서 만난 학생들 중국에서 국기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는 아마 천안문 광장일 거다. 여행으로 중..
센티멘탈 여행기/중국, 대만 그린 데이 2010. 12. 13. 09:22
여행하면서 제시간에 끼니를 챙겨 먹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특히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곳이라면, 길이라도 한번 헤매기 시작하면, 그것이 점심이라면 햄버거로 대충 때우고 말까 하는 유혹이 시작됩니다. 2시가 훌쩍 넘은 시각에 도착한 베이징 스차하이. 세 시간을 내리 걸은 탓에 돌이라도 씹을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여행자의 욕심은 아직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향해 있었습니다. 더는 아무거나 먹을 수 없다는 일념으로 관광안내센터를 찾았고, 다행히 근처에 원조 자장면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식당을 소개받았습니다. 제가 찾아간 곳은 '징웨이미엔따왕 (京味面大王)'이라는 면 전문점입니다. 대로변에 있는 큰 음식점이라 찾기 쉽더군요. 옛스러운 건물의 외관과 입구에서 마주친 청대 변복을 입..
센티멘탈 여행기/중국, 대만 그린 데이 2010. 12. 9. 09:26
베이징에 도착함과 동시에 받게 된 미션 봉투. 봉인을 풀자 '베이징에 떨어진 UFO를 찾아라'라는 첫 번째 미션이 나타났다. 2007년 9월, 티타늄, 21만 제곱미터, 물, 별, 모택동, 잠... 수수께끼 같은 단서들을 보며 혼란스러워졌다. 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Photo by Flickr ⓒ hifai87 고민 끝에 가져간 아이패드를 활용해 검색 찬스(!)를 쓰기로 했다. 당장 생각난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한 '올림픽 주 경기장'. TV로 봤던 메인 스타디움의 둥근 형상이 왠지 UFO를 닮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2007년 9월이라면 올림픽 전 완공 시점으로도 적절하고, 투명한 막으로 쌓인 신비한 모습이나 크기 또한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검색 결과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은..
센티멘탈 여행기/중국, 대만 그린 데이 2010. 12. 7. 07:30
봉인된 미션을 찾아 떠났던 베이징 여행,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급하게 떠나느라 준비가 미흡해 매우(!) 좌충우돌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지난 3박 4일이네요. 미션은 완수 했냐고요? 글쎄요~^^ 비밀은 아래 사진들 속에 있으니 어떤 미션이었을지, 과연 성공은 했을지 여러분께서도 한번 추측해 보시고요~ 첫 포스팅은 간단하게 사진으로 스케치하고 차차 재밌는 얘기 풀어보겠습니다. 공원에서 무술을 연마하시던 인상 좋은 할아버지와 함께. DAY 1 인천 - 베이징 서우두 공항 - 798예술구 - 이케아 베이징으로 떠나는 12월 2일, 서울의 아침은 온통 짙은 안개로 덮여 있었다. 공항으로 가던 중 확인한 뉴스에서는 국내선 항공편의 결항과 국제선의 착륙 지연 소식을 전하고 있었고, 여행 준비에 사흘 밤..
다녀오겠습니다 그린 데이 2010. 12. 2. 07:30
2002년 이맘때 찍은 만리장성입니다. 운무에 쌓인 끝없는 성곽이 인상적이죠? 그런데 사실 저의 첫 베이징 여행은 그닥 기분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대에 부풀어 떠난 회사 포상 여행이 악명 높은 중국 저가 패키지였기 때문입니다. 만리장성, 이화원 등 '북경'하면 떠오르는 주요 관광지는 다 다녔지만, 하루에 한 번 이상 방문하는 필수 쇼핑코스와 물품 구매에 대한 압박은 중국에 대한 인상을 더욱 안 좋게 만들었죠. 다시는 공짜로라도 중국 저가 패키지 투어는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베이징을 제대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 제가 새롭게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하나투어 여행 팀 블로그인 겟어바웃 운영진께 제안이 왔습니다. 베이징으로 3박 4일 자유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