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1. 1. 12. 08:15
이번 겨울은 눈이 참 흔한 것 같다. 밤부터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폭신해진 날, 아이와 함께 베란다 창문에 이마를 붙이고 눈 오는 풍경을 보다가 나가보기로 했다. 카메라를 따로 챙길까 하다가 노는데 거추장스러울 것 같아 아이폰만 하나 달랑 챙겼는데, 의외로 사진들이 괜찮다. 집을 나서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바로 주차장에 주저앉아 눈놀이를 시작한 진아. 그 뒷모습이 귀여워 한 컷. 부지런한 누군가가 아침 일찍 만들어 놓은 두 개의 눈사람. '절대 부수지 마세요'라는 안내문구가 이마에 붙어 있다. 설명을 보니 엄마, 아빠 퇴근길에 보여 드리고 싶으니 저녁까지 온전하게 버틸 수 있도록 도와달라. 이런 내용. 기특함과 안쓰러움이 함께 묻어난다. 사물을 제대로 인지하고 보는 첫 눈사람. 제 키를 훌쩍 넘는 크기..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1. 1. 10. 14:39
필름이 감기지 않는다. 셔터도, 조리개도,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듯 모든 것이 한데 엉겨붙어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정말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유채꽃밭에서의 스티브 집 앞 공원, 만개한 벚꽃. 로모(LOMO LC-A)를 처음 만난 건 2001년 4월이었다. 첫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산 내 첫 선물. 무뎌진 감각을 자극하는 독특한 감성의 사진도 좋았지만 구소련에서 사용하던 스파이 카메라였다는 믿거나 말거나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피사체에 초점이 잘 맞는, 날씨에 따라 뿌연 흔적만을 볼 수 있는 이 장난감 같은 카메라로 어떻게 스파이 활동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놀랄 만큼 생동감 있는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스물 몇 장의 사진을 버려도. 무뎌진 감성을 자..
수상한 쇼핑백 그린 데이 2011. 1. 7. 07:30
베이징 이케아를 여행코스로 잡으며 계획한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Children's 코너를 털어오겠다는 것~! 진아를 낳고 기르면서 이케아의 어린이 용품 코너가 어찌나 아른거리던지. 이케아를 털러 상해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지난 글에서 몇 분이 지적하셨듯 이케아는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인에 상큼 발랄한 톤의 가구가 매력적이지만 막상 사려고 보면 2% 아쉬운 퀄리티에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 방을 꾸미기 위한 가구와 소품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원목을 소재로 한 가구들이며 알록달록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품들은 엄마라면 누구나 탐내는 품목. 침대나 옷장같은 가구에서부터 별모양 벽등, 나뭇잎 침대 캐노피, 각종 인형과 장난감, 플라스틱 식기까지 없는 것이 없다. 내가 특별히 마음에..
센티멘탈 여행기/중국, 대만 그린 데이 2011. 1. 6. 07:00
지난해 마지막을 장식한 뉴스 중에 유독 눈길이 가는 소식이 있다. 바로 이케아의 한국 진출설! 그동안 몇 번의 한국 진출 소문이 있었지만 이번엔 서울 근교에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새로운 정보가 있다. 구체적 입점 위치와 개점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한국에서도 이케아를 만나볼 수 있다니 기대감에 벌써 가슴이 설렌다. 이케아(IKEA)는 전 세계 37개국, 300여 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스웨덴 출신의 인테리어 브랜드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으로 불리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을 표방하며 가구만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판다. 홍콩,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도 직영점이 있으며 폭발적인 인기로 중국 내에서만 앞으로도 10여 개의 점포를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에는 5년 전쯤 인터넷 쇼핑몰..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1. 1. 4. 07:22
속초가 매력적인 이유는 한적한 바다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맛있는 먹거리들이 있기 때문이죠. 속초에 갈 때마다 그린데이가 빼놓지 않고 들르는 맛집 몇 곳이 있는데요. 그중 제일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은 바로 '백촌 막국수'입니다. 막국수 하면 춘천아냐?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워낙 강원도 메밀이 유명하다 보니 속초에도 이름난 막국수 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백촌 막국수를 처음 알게된 건 평소 즐겨보는 식도락 블로거 '비밀이야'님의 소갯글을 통해서였습니다. 내로라하는 강원도 막국숫집 수십 군데를 다녀봤지만, 가히 최고 중의 하나라는 평에, 막국수가 생각날 때면 굳이 고성까지 찾아가 먹는다는 글을 보고 찾았다가 몇 년 전부터 저도 팬이 되어버린 곳입니다. 기본 찬과 수육. 모두 백김치로 배추김치와 열무김치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