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2. 7. 25. 03:59
"초를 몇 개 꽂아야 할까?" "다섯 살이니까 당연~히 다섯 개지~!" 유난히 후텁지근한 날이었다. 몸도 마음도 젖은 빨래처럼 축축 늘어지던 일요일 밤. 가나슈마저 끈적하게 녹아 흐르는 초콜릿 컵케익에 나는 다섯 개의 초를 꽂았다. 48개월. 작은 체구에 비해 말과 행동이 거침없는 아이. 엄마보다 친구가 더 좋고, 친구보다 수영장이 더 좋고. 매일매일 엄마가 됐다가 선생님이 됐다가 버스 운전사가 됐다가... 다른 이의 일상에 관심이 많다. 생일에 양꼬치를 사 달랠 정도로 양꼬치 마니아. 꿈틀이, 빼빼로, 구슬 아이스크림, 과자에 집착하지만 밥은 2살 때 만큼만 먹는다. 글자에 관심이 많고, 되든 안 되든 영어로 말하기를 좋아한다. 동생의 존재를 느끼며 자신을 더욱 드러내고 싶어하는 조잘조잘 다섯 살 수다..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2. 7. 19. 07:30
백일이 지난 지가 백일도 더 지났는데, 이제야 백일 앨범을 완성했다. 몇 달 전 셀프스튜디오인 두지 스튜디오에서 백일 촬영을 하며 당시 티몬에 올라와 있던 스냅스 포토북 할인 쿠폰 두 장을 사뒀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마감 이틀 전에 부랴부랴 주문했다. 백일 촬영을 할 때만 해도 '업체에서 제공하는 틀에 사진만 넣어야지.' 라고 가볍게 생각 했었는데, 막상 만들다 보니 욕심이 생겨 출산에서 백일까지의 사진을 선정하고, 포토샵에서 보정하고, 곁들이는 글과 구성까지 일일이 신경을 쓰며 성장앨범을 만드느라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그냥 스튜디오에 맡길 것을,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 밤중 수유하랴 우는 아기 달래랴, 맥북과 데스크탑을 오가며 작업하기란 쉬운 일이 아..
센티멘탈 여행기 그린 데이 2012. 7. 18. 10:21
장맛비가 아직 그치지 않았는데, 벌써 초복이다. 한여름 뜨거운 더위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건만, 후텁지근한 더위에 지치는 나날들... 이럴 때 생각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보양식이다. 삼계탕, 사철탕 등 보신을 위한 요리도 좋지만 더운 날 뜨거운 국물까지 들이켜는 것이 내키지 않을 때는 콜라겐 듬뿍 든 족발 하나로 몸 건강에 피부 건강까지 챙겨보는 건 어떨까? 그런데, 이 족발은 우리나라에서만 즐겨 먹는 음식이 아니라는 사아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보양 음식, 족발의 무한 변신에 대해 살펴보자. 1 국민 야식, 한국의 족발 사진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titicat/3277075018/ SA규약 한국의 족발을 떠올리면 왠지 오동통한 몸매를 가진 장충동의 할머니가 연..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2. 7. 16. 07:30
비오는 여름 밤,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우디 알런의 파리예찬 한 편을 언제 끝났는지 모를 정도로 푹 빠져서 봤다. 첫 장면부터 시선을 뗄 수 없는 매혹적인 파리의 풍경도 좋았지만 상상하던 그대로의 예술가와 작품들, 특히 내가 학창시절 흠모해 모작도 많이 했던 화가 뚤루즈 로트렉이 등장하는 물랑루즈와 모네의 수련이 있는 정원 풍경은 정말 멋지고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박제 동물들이 가득한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적인 결혼식 장면과 만 레이와 마주앉은 주인공의 심정에 몰입하다보니 너무 떨려서 가슴이 터질것 같았단. 등장 인물 전부를 알지는 못했지만 '아! 나 저 사람 알아~!'라고 환호하며 극중 인물을 하나씩 알아 맞히는 깨알같은 재미가 있었다. 분명 멜로 영화지만 영화를 보며..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2. 7. 12. 07:30
작년 가을이 마지막이었으니 거의 1년 만에 제니스 카페(Jenny's Cafe)를 찾았다. 1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항상 그대로인 이 푸근한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나 감동적인 음식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무심한 듯 세심하고, 나름 깊이가 느껴지는 백반 같은 홈메이드 스타일의 파스타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기에 나는 꽤 오랫동안 친구와, 연인과, 동료와,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 지중해의 소박한 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실내는 오랜만에 와도 모든 것이 그대로여서 반갑다. '모든 것'에는 인테리어, 분위기뿐만 아니라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 굳이 나를 알아봐 주지 않아도, 여전히 그들이 이곳에 그대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랄까? 친한 척, 고급인 척, 고상한 척, 이런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