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0. 7. 23. 17:47
태어나 두 번째 맞는 진아의 생일. 장마통에 아이를 낳았으니 덥고 습한 때가 늘 생일인 것이 당연한데, 어제는 유난히도 끈적이는 날씨에 아이도, 나도 지쳐 있었다. 그나마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교실에서 인디언 분장을 하고 정글 놀이를 하며 한바탕 신나게 뛰어놀 수 있어 행복했던 하루. 돌아와 목욕을 시키는데 진아가 유난히 보챈다. 서둘러 몸을 닦이는데... 이런. 온몸이 뜨끈하다. 해열제를 먹이고 낮잠을 재웠다. 언제부터 아팠던걸까? 이렇게 덥고 습한 날씨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아이를 보며 신기하다 생각만 하던 둔한 엄마. 서둘러 퇴근한 남편과 낮잠으로 기력을 회복한 진아와 함께한 조촐한 생일파티. 아이를 데려오기만 하면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4개월이 지난 지금도 맘처럼 안되는 일이 ..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0. 6. 25. 00:58
퇴직을 한 지 어느덧 3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던 에스프레소 커피와 택시 대신 아이의 손을 잡고 바쁘게 놀이교실로 향한다. 여전히 바쁜 일상을 살고 있지만, 아이와 함께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작고 하찮게만 보이던 것들, 귀찮고 성가시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요즘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세상이 이렇게 따뜻했다니... 삼십여 년의 세월을 반쪽짜리 세상만 보며 잔뜩 바람 들어 살았던 나. 그러던 6월의 어느 날, 추억이 깃든 삼청동에서 옛사람들을 만났다. 요즘은 홍대고 삼청동이고 메인도로에는 온통 대형 프렌차이들이 들어서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녹음이 우거진 이 길은 언제 걸어도 기분 좋다. 고기를 굽고, 술을 따르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사..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0. 6. 13. 23:42
갑자기 소집되어 만났다. 누구 하나 얘기하지 않았지만, Pot-lock 파티가 되어버린 마음이 잘 통하는 오랜 친구들. 직접 구운 빵과 기른 채소, 치즈로 이루어진 특별하고 헬씨한 저녁식탁. 한 친구의 고해성사와 깜짝 발표로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조금 일찍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0. 6. 11. 07:00
간밤에 도착한 묵직한 가방. 택배올 일이 없는데... 궁금한 마음에 포장을 뜯어보니 오~마이 갓! 식스팩 캔맥주가 네 세트, 24캔이나 들어 있다. 확인해보니 비투걸님이 보낸 깜짝 선물. 월드컵 응원하며 즐겁게 마시라는 의미로 보냈다고 한다. 얼마 전부터 마트 주류코너에 가면 눈에 띄는 맥주 패키지가 있었으니, 하이트맥주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후원 스페셜 패키지였다. 병, 캔, 피쳐 가릴 것 없이 알록달록한 디자인과 코믹한 일러스트는 뭔가 강렬한 맛일 것 같은 느낌. (관련 자세한 스토리는 비어투데이 블로그 참조) 특히 맥스 패키지에는 축구장을 상징하는 녹색의 그라운드가 있다. 식스팩씩 포장된 패키지 위에는 여섯명의 태극전사 얼굴이 새겨져 있는데, 24캔의 맥주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23명의 선수들과 감독을..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0. 6. 6. 11:54
농사를 시작했다. 화분에 시작한 작은 밭이지만 씨 뿌리고 물주고 싹을 틔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 촌년, 씨를 어떻게 뿌리는지 몰라 결국 밭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지만 비좁은 틈바구니 에서도 무순 같은 떡잎이 쑥쑥 자라주는걸 보면 신기하다. 마음은 벌써 다 키워 피자에도 얹어 먹고, 샐러드도 해먹었건만 앞으로 한 주는 더 기다려야 옮겨심기가 가능하고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한두 잎 떼어먹을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이 아이들이 매일 꽃삽을 들고 덤벼드는 딸내미의 관심속에 그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지...? 루꼴라와 바질 줄기가 가늘고 잎이 얇아 하루만 물을 안주면 곧 죽을 듯 비실대다가도 약간의 햇빛과 수분만 있으면 금방 풍성하게 잎을 피워낸다. 동글동글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잎들이 매력적인 마이 페이보릿 식..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0. 5. 19. 07:00
665일, 말이 나날이 늘고 있다. 오래전 가르쳐준 단어를 하나씩 기억해내 엄마를 놀래키곤 하는데, 요즘엔 '나무'에 심취해 있다. 볕 좋은 날 손 잡고 밖에 나가면 고개를 젖히고 손가락질하며 '나무'를 말한다. 카시트에 앉아서도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나무를 말한다. 베란다 한켠에서 자라는 나무를 말한다. 살붙이고 산지 두 달째. 이제 눈높이가 좀 맞춰지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집에서 여권 사진을 찍어줬다. 사진관까지 가기 번거롭기도 하고 어둡고 낯선 곳에서 고생만 할 것 같아 흰 벽을 배경으로 의자를 끌어 앉히고 양손에는 좋아하는 생일 인형을 쥐여줬다. 잠깐 신나하며 앉아있나 했더니 사진기를 들이대자 당황하며 뛰어내린다. 얼마 전만 해도 의자에 앉혀놓으면 쳐다만 볼 뿐 혼자 내려오지 못했는데 어느새 ..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0. 5. 6. 10:18
밤사이 내린 비에 기온이 다시 뚝 떨어졌습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엔 얼큰한 짬뽕 한 그릇이 생각이 간절하죠~ '황신혜 밴드'는 10여 년 전 '비가 내려 외로운 날에는 짬뽕을 먹자'라며 열창을 했었는데요. 고추씨와 해물을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홍합과 오징어를 넣은 짬뽕 한 그릇은 저에게도 비 오는 날 뿌리칠 수 없는 유혹입니다. 최근에 제가 발견한 짬뽕 맛집은 홍대 앞 놀이터 근처에 있는 '상하이 짬뽕'. 이름에서부터 왠지 제대로 된 짬뽕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이곳은 깔끔한 분위기에서 저렴하게 다양한 짬뽕을 즐길 수 있는 짬뽕 전문점입니다. 상하이 짬뽕의 대표메뉴인 '상하이 짬뽕'. 가게에 들어서 메뉴를 살펴보면 일단 다양한 짬뽕이 눈에 띕니다. 전문점답게 짬뽕 메뉴를 세분화하고 나머지 메뉴는 단..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0. 4. 20. 13:43
몇년 전만해도 즉석에서 볶은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내려먹는다는 회사 동료의 얘기를 들으며 '마니아'라는 단어를 떠올렸는데, 요즘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커피볶는 로스터리샵이 몇페이지씩 나온다. 커피샵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보편화돼 취향에 따라 커피를 즐기는 시대가 오는가 싶더니 이제는 생두의 원산지에서부터 로스팅 정도와 진하기까지 깐깐하게 골라 마시는 시대가 됐다. 봉지커피와 전문점의 카페라떼의 차이 정도만 아는 나는 우연한 기회에 집들이 선물로 들고갈 커피 원두를 고르다가 홍대앞 커피볶는 곰다방을 찾게됐다. 이런 곳에 커피샵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작은 다락방 같은 커피볶는 곰다방. 옷걸이에 걸린 손글씨와 핸드페인팅이 인상적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테이블 두개와 취향을 알 수 없는..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0. 3. 31. 07:00
여행을 다녀와 트위터에 접속해보니 지인들의 안부 DM 틈에 낯익은 비투걸(@Beer2DAY)의 캐릭터가 보였습니다. 내용인즉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것~! 팔로잉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고대하던 맥스 더 프리미엄 에디션을, 그것도 두 박스나 보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응모도 하지 않은 이벤트에 당첨되는 서프라이즈보다 반가운 것은 그간 마트를 전전하며 찾아헤매던 겨울 한정판 맥스를 시음해볼 수 있다는 것~! 맥스 더 프리미엄 에디션 언박싱 주소를 DM으로 보내니 바로 다음날 아침에 맥주가 도착했습니다. 집에 있으니 좋은 점은 택배물품을 회사에서부터 들고 가지 않아도, 늦은 시각 경비실로 찾으러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 아이와 함께 언박싱(unboxing)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네요. ㅎ 명절..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0. 3. 24. 14:09
'눈사람'하면 요즘은 어깨와 머리 위에 눈을 가득 얹은 채 꿋꿋이 보도를 해 화제가 된 박대기 기자가 먼저 떠오르는데요.ㅎㅎ 엊그제 내린 눈을 보니(이젠 거의 녹았지만) 그즈음 눈밭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놀던 추억이 떠올라 사진 몇 장 올려봅니다. 아파트 단지에 서 있던 아기 키를 훌쩍 넘는 눈사람. 자세히 보니 옆에 작은 눈사람이 하나 더 있더군요. 작은 눈사람의 머리를 자꾸만 떨어트리는 진아와 당황한 스티뷰님. 새로 하나 만들기로 하고 열심히 작업중인 아빠. 모른척 놀러 나가는 딸내미. 놀이터엔 벌써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있었습니다. 요즘 애들은 물건너온 동화책을 많이 봐서 그런지 눈사람도 서구적이네요. 눈썰매가 무서운 진아. 올 1월이니 18개월정도 됐을때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