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발리 그린 데이 2014. 12. 23. 23:09
퍼블릭 비치인 꾸따. 현지인들이 파라솔을 임대해주고 돈을 받는다. 한 시간, 썬베드 두 개에 만 원. 흥정을 시작한다. 두 시간, 썬베드 두 개에 오천 원. 세 시간에 오천 원. 하루 종일에 오천 원. 가격은 정해져있고, 시간은 흥정하기 나름인 이상한 시스템. 몇 달 전까지 몸에 물이 닿는 것 만으로도 무서워하던 둘째군인데, 이젠 나오지 않겠다고 실갱이를 한다. "파도가 가까이 오면 뛰는 거야~" "아~~~ 온다온다!!" 발가락 사이로 스르르~ 모래가 쓸려나가는 감촉을 느낀다. "쩜프~" 서퍼들만 파도를 즐기란 법 있나? 보드 없이도 즐거운 아이들만의 파도 놀이. 발리여행, 3일차 일상.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발리 그린 데이 2014. 12. 22. 07:30
발리에서의 첫 하루가 항공여행의 여독을 풀고, 한 달 동안 여행생활자로서 지낼 준비를 하며 보낸 시간이었다면 오늘부터는 진짜 발리에서의 삶을 시작하는 날이다. 고작 이틀 지났는데, 지독하게 추운 겨울이 언제였나 싶다. 이따금씩 숙소 로비나 상점에서 보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지금이 12월임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예기치 못했던 사건으로 서핑스쿨 일정을 미룬 스티브는 오늘부터 2주간 하루 두 번씩 바다에 나가게 되었다. 서핑은 말 그대로 '파도를 타는 것'이기 때문에 파도와 물때가 중요하다. 요즘 발리의 꾸따비치는 새벽 6시와 오전 11시 즈음이 밀물이라는데, 이말은 즉, 새벽 6시와 오전 11시에 수업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새벽수업을 다녀온 스티브와 함께 아침을 먹고, 오후 수업은 한번 따라가 보기로 했다.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발리 그린 데이 2014. 12. 21. 06:30
2시 여권 수령, 2시 30분 큰 아이 픽업, 3시 공항버스, 4시 인천공항 도착, 6시 이륙.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발리로 출발~! 다행히 공항에 도착하니 시간이 남아 여유있게 면세구역으로 입장한 후, 서점으로 향했다. 어차피 시간을 보내야 하기도 하고, 서점에서 아이에게 직접 책을 직접 고르게 하면 기내에서, 여행중에도 재미있게 볼 수 있어 종종 들르는 편이다. 어린이 도서는 볼 만한 게 별로 없다는 게 흠이지만... 이번에 진아가 고른 책은 어른 책인 '주머니속의 여행 인도네시아어'. '혹시 그런 거 있을 까?' 하고 물었을 때, '영어나 중국어는 있어도 인도네시아는 없을거야.' 답했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 글만 있는 실용서라 5분 보고 싫증낼 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비행기에서부터 현재까지 ..
다녀오겠습니다 그린 데이 2014. 12. 19. 07:30
오늘(2014년12월19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발리 한 달 다녀오겠습니다. 사실 3일 전에 떠나 만 한 달을 채우고 돌아오려고 했는데, 우여곡절이 있어서...아마도 한동안 '한 달 여행'은 스페인, 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이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올 한해 저와 아이들의 뒷바라지 하느라 수고한 남편의 소원여행이자, 그의 휴직을 마무리하는 여행입니다. 남편은 해변에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서핑을 배우고, 저는 수영에 재미붙인 아이들과 신 나게 놀 예정. 물론, 기회가 되면 저도 서핑에 도전을... 다이빙도... ^^;너무 오랜만의 포스팅이라 근황도 좀 업데이트 하자면, 1월중 책이 나올 것 같아요. 떠나기 전까지 폭풍 작업하느라 꽤 오랜 시간 밤낮없이 교정지를 들여다봤네요. 여..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4. 11. 30. 22:12
새벽부터 들려오는 닭 울음 소리에 눈을 떴다. 전날 늦게까지 잠들지 못해 깨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문틈으로 스며드는 햇살에 정신만 더 맑아졌다. 문을 활짝 열어젖히니 어느새 해가 중천. 고작 일곱시인데 말이다. 이날 내가 묵은 곳은 '서악서원'. 신라 학자인 설총과 삼국 통일의 중심인물인 김유신 장균 등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서원'이라는 곳은 원래 인재를 키우고 제사를 지내며 유교적 향촌 질서를 잡아나가는 일종의 사립학교같은 곳이다. 요즘은 내부시설 일부를 개조해 샤워시설과 현대식 화장실, 난방시설을 갖추고 일반인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하룻밤 묵어갈 수 있게 하고 있다. 두 세사람이 누우면 꽉 차는 좁은 방, 슬리퍼 대신 고무신, 화장실을 가려면 찬바람을 맞아야 하지만 하룻밤 자고나니 이곳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