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쇼핑백 그린 데이 2014. 9. 19. 13:44
아이 둘과 떠난 스페인 한 달 여행, 떠날 때부터 60Kg에 달하는 짐을 들고 출발했으나 여행지마다 강림하는 지름신을 피할 수 없었다. 8개 도시를 소형 차로 여행해야 했기에 참고 또 참아봤지만, 결국 캐리어 하나에 달하는 전리품을 싣고 돌아왔다. 그래도 사오지 못한 캠퍼 신발,FC 바르셀로나 유니폼, 플라멩코 구두, 자라와 마시모두띠 옷들, 저렴한 크루즈 보드 등이 어찌나 눈에 밟히던지. 핫딜을 발견했으나 짐을 늘리지 않기 위해 그냥 두고 올 수밖에 없던 순간에는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렸다. 늘어놓고 보니 별것 없는 것 같고, 부탁받은 선물들을 보내고 나니 사실 남은 것도 별로 없지만, 어쨌든 들고 오느라 정말 고생했던(ㅠㅠ) 스페인 한 달 여행의 지름들을 리뷰해 볼까 한다. ▲ 짐을 풀던 날, 시차적응..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4. 9. 18. 14:17
바람 쏘이러 춘천이나 다녀오자는 아버지 말씀에 정말 오랜만에 온 가족이 뭉쳤다. 사람이 덜 붐비는 평일 오전에, 자동차 대신 기차를 타고, 가볍게 닭갈비나 먹고 오는 당일치기 여행을 해보자는 취지였다. 식당은 어머니께서 지난번 아파트 부녀회 회원들과 다녀온 곳으로 예약을 하셨단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아이들을 원에 보내고, 서둘러 용산역으로 향했다. 10:00 ITX 청춘열차 타고 춘천으로~! 무궁화호 대신 경춘선을 달리는 열차가 새로 도입됐다는 소문은 들었어도, 이걸 내가 이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름이 'ITX 청춘열차'였기 때문이다. 비인기 구간에 노인들을 위한 열차를 운행하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ITX 는 Intercity Train eXpress 의 약자로 도시간의 준고속철도라는 의미를 갖고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태국 그린 데이 2014. 9. 16. 14:03
꼬따오에 머물렀던 13일간, 거의 매일 드나들었던 식당이 있다. 오전 다이빙이 있는 날이면 돌아와 허기진 배를 채우고, 오후 다이빙이 있는 날이면 점심 무렵부터 우리를 기다린 아이들과 저녁을 먹거나, 함께 다이빙한 사람들과 이곳에서 가벼운 맥주 한 잔을 걸쳤다. 이름난 맛집은 아니고 그저 다이빙 스쿨 옆에 있는 허름한 식당이었지만, 새우튀김과 태국식 오믈렛(카이얏 싸이), 똠얌꿍 등 시키는 음식마다 기대 이상의 맛을 내던 곳이었다. ▲ 아지트 같았던 싸이리 비치의 단골 식당, 빙고(Bingo) 해변에서 놀다가 젖은 채로 올라와 앉아도, 식사 후 노곤한 기운에 그대로 삼각 쿠션에 기대 잠들어도 괜찮았다. 이곳에만 오면 우리 몸을 옭아매던 밧줄이 느슨해지는 느낌이었다. 긴장됐던 바다에서의 시간은 저만치 밀려..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태국 그린 데이 2014. 9. 15. 15:22
우리가 따오 섬으로 떠난 건 순전히 '에어아시아 프로모션' 때문이었다. 올 6월부터 인천-방콕간 노선을 취항한 에어아시아가 5월에 반짝 특가 항공권을 내놓았던 것~! 휴가 피크 시즌인 7월 중순 출발 항공권 가격이 인당 20만원 정도라니. 1년이라는 시간을 확보한 후, 호시탐탐 여행갈 기회만 노리는 요즘의 우리에게 이건 신의 계시와도 같았다.나흘 후면 떠날 스페인 여행 계획으로 온통 머릿 속이 복잡했지만, 손은 이미 동물적인 감각으로 결재버튼으로 누르고 있었다. ▲ 꼬 따오, 싸이리 비치 풍경 가만, 태국 장기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8년 전, 여름휴가로 떠났다가 첫눈에 반했던 작은 섬, '꼬따오'가 떠올랐다. 방콕과의 거리는 750Km 정도로 멀고 오가는 길이 험하지만, 불편한만큼 자연에 다가설 수..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그린 데이 2014. 9. 2. 07:30
여행을 다녀오니 여름이 다 가버렸다. 서둘러 온 가을 탓인지, 우리가 집에 돌아온 광복절 즈음부터 줄곧 서늘한 날씨가 이어졌다. 집에 에어컨이 없는 탓에 여행 중에도 늘 더운 집에 돌아갈 걱정을 하곤 했는데, 정말 하늘이 도왔다.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아이들의 생각은 좀 달랐다. 올해는 내내 여행하느라 여름을 즐기지 못했다는 거다. 캠핑도 못 했고, 계곡에도 못 갔고, 현장학습에도 따라가지 못했단다.투덜거리던 진아는 급기야 "이제 여행 그만 갈래!" 선언해 버리기까지 했다. "그래. 앞으로 여행은 네가 돈 벌어서 가!" ... 홧김에 소리쳤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서운했다. 미안하고 서운했다. 여름과 가을 사이, 한강 나들이 현실로 돌아오니 신경 쓸 것이 참 많다.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