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여행기/세 번째 캐나다 그린 데이 2012. 10. 8. 07:30
"새벽 다섯 시에는 일어나야겠어"밤마실 나갔던 남편이 돌아오자마자 하는 말.호텔에서 출발하는 모레인 호수 투어 전단을 보니 출발이 새벽 다섯 시란다. 요즘 보통 해가 7시 즈음에 떠서 한 시간 전에 준비하면 되려니 했는데, 서둘러야겠다. 동틀 무렵 캐나다의 하늘 록키산맥의 수많은 호수 중 최고라 불리는 레이크 루이스와 모레인 호수. 캐네디언 록키가 있는 알버타주 관광을 소개하는 수 많은 책자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모레인 호수는 한때 20달러짜리 캐나다 화폐의 뒷면 그림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곳이다. 대규모 관광지로 개발된 레이크루이스도 멋지지만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야만 만날 수 있는 모레인 호수는 산으로 둘러싸인 장엄한 풍경이 예술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다. 모레인 호수로 가기위한 ..
센티멘탈 여행기/세 번째 캐나다 그린 데이 2012. 10. 4. 18:44
아이들과의 여행은 언제나 '효율'과는 거리가 멀다. 급할수록, 중요할수록 더욱 그렇다. 나가기 위해 두 아이와 신발을 신는다고 치자.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는데 내 발을 포함해 총 여섯 개의 양말과 여섯 개의 신발을 신어야 한다. 직접 찾아 신지는 못해도 아이들이 협조를 좀 해주면 좋으련만 조급할수록 아이들은 신발을 바꿔 신거나 천방지축 날뛰다가 사고를 내곤 한다. 그날도 그랬다. 아침 햇살을 받아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는 보우강에서 카누를 즐긴 후 밴프 애비뉴에 있는 동물 박물관에 가보려던 우리의 계획은 아침부터 시작된 진아의 구토로 사실상 백지화가 됐다. 전날 연달아 두 끼 고기를 먹였더니 급체를 했는지 물만 마셔도 토하는 진아. '어린이집 소풍이나 보낼 것을... 괜히 데려와서 고생만 시키는 것이 아..
센티멘탈 여행기/세 번째 캐나다 그린 데이 2012. 10. 2. 17:11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아름다운 호수의 첫 인상이 잊히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미네완카. 인디언 말로 '영혼의 호수'란 의미를 가진 미네완카(Minnewanka)는 그 이름처럼 인디언과 로키산맥의 영혼을 품고 있는아름다운 곳이다. 밴프타운에서 차로 15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길이가 24Km나 되는 밴프 국립공원에서 가장 크고 고요한 호수. 주변으로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과 흥미로운 지형, 야생 동식물과 이곳에 얽힌 인디언의 전설은 호수에 대한 신비로움을 더했다. 어디를 어떻게 찍어도 그대로 엽서가 되는 미네완카 호수. 독특한 지형으로 둘러싸인 맑고 푸른 호수의 풍경이 정말 한폭의 그림이다. 인적이 드문 시간, 고요한 미네완카 호수는 전체가 오롯이 내 것. 호수를 떠돈다는 인디언의 영혼들과 ..
센티멘탈 여행기/세 번째 캐나다 그린 데이 2012. 9. 28. 15:35
창가를 비추는 따스한 햇살에 기분 좋게 눈을 뜬 아침. 밴프에서의 첫 하루가 시작되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신기루처럼 보이는 캐스케이드 마운틴을 바라보며 밴프에 온 것을 실감한다. 밴프의 첫 일정으로 잡은 곳은 밴프를 찾는 여행자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 중의 하나이자 캐나다 로키산맥(Canadian Rockies)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설퍼산 전망대이다. 360도로 펼쳐지는 3천미터급 산과 계곡, 밴프를 가로지르는 보우강과 미네완카 호수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는 그곳~! 밴프 곤돌라 탑승장 앞 주차장 풍경. 열맞춰 주차한 캠핑카의 행렬이 이색적이다. 설퍼산이 관광객에게 인기있는 이유는 이 완벽한 조망을 발품을 팔지 않고 온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곤돌라를 타면 산 정상인 2281..
센티멘탈 여행기/세 번째 캐나다 그린 데이 2012. 9. 27. 06:51
새벽부터 내리는 빗소리에 잠을 설친 비오는 날 아침이었습니다. 여느날 같으면 운치있는 가을 아침을 반길법도 한데, 오늘은 기다리고 고대하던 캐나다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날. 캐리어 두 개와 배낭 두 개, 천방지축 다섯 살 딸아이와 유모차 탄 9개월 둘째군을 데리고 빗길을 걸어 공항버스를 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차를 가져가야 하나... 하지만 열흘간 주차비를 계산하니 만만치 않은 금액. 결국, 공항버스 정류장에 저와 아이들, 짐을 내려놓고 남편 혼자 집에 차를 가져다 놓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거 시작부터 시간이 두 배로 걸리는군요. 아이들과의 여행은 이렇게 항상 시간적, 심적 여유를 필요로 합니다. 덕분에 라운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려던 계획은 없던 일이 되고, 겨우 커피 한 잔을 챙겨..